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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걷는 아이들은 건강하다.
숲에서 사계절의 감각을 온몸으로 느끼며 봄의 향기, 여름의 물놀이, 가을 낙엽이 뒹구는 길을 걸으며 가을의 냄새와 겨울의 혹독한 추위마저도 아랑곳하지 않고 바깥을 달리며 겨울의 느낌을 오감으로 받아들인다.
아이들은 숲에서 요정을 만나고 숲속 산책길에서 공룡알과 공룡화석을 발견하게 되고 귀신이 사는 집을 발견했다며 흥분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처음에는 징그럽고 무섭다는 이유로 개미나 지렁이를 밟아 죽이던 아이들이 점차 자연과 생명에 대한 각별한 배려를 하게 되고 숲속에 버려진 쓰레기를 줍고 가지고 놀던 자연물도 제자리에 되돌려주는 자연에 대한 예의를 지키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자연에 나가 만나게 되는 하늘의 풍경, 바람의 감촉, 풀벌레소리, 흙냄새, 애벌레가 자라서 나비가 되고 달팽이가 혀로 야채를 갉아 먹을 수 있고 나무열매가 비누가 되고 소금을 얻고 작은 봉오리에서 아름다운 꽃잎이 피어난다는 사실 등 진흙놀이의 즐거움은 비오는 날을 좋아하는 이유가 되고 사소해 보이는 것들을 직접 체험하면서 스치는 모든 것들이 아이들에게는 삶의 지혜를 가르쳐준다.
누가 가르치거나 알려주지 않아도 나뭇가지나 열매를 가지고 혼자 노는 방법을 터득하고 개울을 건널 때 질서를 지키며 동․식물들과 교감을 통해 자연스럽게 동화되어 가는 것을 볼 수 있다.
바람 솔솔 소나무
낮에 봐도 밤나무
입었어도 벚나무
방귀 뀌는 뽕나무
두 손 싹싹 비자나무
너도 나도 살구나무
어릴적도 대나무
대나무는 죽순으로 땅을 뚫고 나오는 순간 일생동안 자랄 마디수가 정해진다고 하는데 아이들이 지닌 무궁무진한 능력을 부모의 욕심이라는 그릇에 맞추어 넣다 보니 그 아이가 지닌 그릇의 크기를 미리 정해버리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는 생각해 본다.
나무나 숲에 사는 다람쥐 ,청설모, 도룡뇽, 개구리, 메뚜기 등 곤충이나 동물을 보고 따라 하는 행위야 말로 가장 창의적인 교육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어른들은 대수롭지 않게 대강 보아 넘긴 듯 하다.
내 아이의 능력을 스스로 제한해 버리는 어리석음을 우리는 범하고 있지는 않은지? 아이들은 어른들의 행동을 따라 하길 좋아하기 때문에 어른이 자연을 어떻게 대하는지 흥미롭게 관찰하고 모방한다.
아이들과 함께 이 가을 붉게 단풍 드는 두륜산 십리숲길이나 가까운 금강 계곡, 가학산 휴양림 낙엽 숲에 누워 나뭇잎소리, 나무냄새, 옷에 도둑가시가 잔뜩 묻어도 좋고 아이가 못 떼면 부모가 떼어주고 서로 흙투성이가 되어 서로 웃으며 아이들과 교감할 수 있는 자리, 너무 사치스러운 감정일까?
숲은 아이들에게 가장 위대한 스승이자 놀이터이다.
해남우리신문
wonmok76@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