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문화원에서 실시한 지난달 10월 21일 충북․강원권 문화유적답사. 영월 장릉의 단종묘를 찾았다. 열일곱의 나이로 한 많은 생을 마감했을 어린 임금을 생각하니 마음이 숙연해졌다. 처음 보는 문인석을 비롯해 여러 석물이 거뭇거뭇 바위꽃이 피어 세월의 무상함을 말해주는 듯하다.
3시에 영월 청령포에 도착해 단종 유배지를 찾았다. 수없이 많은 장대 같은 소나무 그늘 밑에 단종 어가가 있었다. 낙락장송 몇 그루 하늘로 솟아 있고 슬픔을 달래려 서로 부둥켜 안고 울고 있었다. 그곳에서 단종이 지었다는 시 한편을 소개한다.


어제시


천추의 원한을 가슴 깊이 품은 채
적막한 영월땅 황량한 산 속에서
만고의 외로운 혼이 홀로 헤매는데
푸른 솔은 옛동산에 우거졌구나
고개 위의 소나무는 삼계에 늙었고
냇물은 돌에 부딪쳐 소란도 하다
산이 깊어 맹수도 득실거리니
저물기 전에 사립문을 닫노라


단종은 이곳을 육지 속의 고도라고 표현했다고 한다. 남한강 안의 섬 청령포, 구중궁궐보다 더 단절된 삶을 살았으리라. 단종이 왕비인 정순왕후를 그리워하며 서울을 바라봤다는 노산대에 올랐다. 깎아지른 절벽 밑으로 남한강의 푸른 물이 굽이굽이 흐른다.  
단종을 뒤로 하고 일행은 제천시 봉양면과 백운면 사이 박달재로 향했다. 거칠면서 아름다운 산세 밑으로 천길 같은 남한강을 내려다보면서 박달재 정상에서 도토리묵에 술 한잔을 기울인다. 하룻밤 인연을 맺고 선비에게 도토리묵을 싸줬다는 금봉이의 순정, 박달재의 금봉이가 차려놓은 쌉쌀한 도토리묵이 젊은 시절로 돌아가게 한다.  
천등산 박달재를 내려오는 길은 더 험악해 마음 조이는데 바위 사이사이 서 있는 소나무 푸르기만 하고 온갖 잡목은 오색으로 변하니 아름다움은 단풍이다. 이튿날은 도담삼봉을 찾았다. 구담봉, 옥순봉은 충주호와 함께 하고 가곡면 보발리 계곡 깊은 산속에 자리한 단양, 산과 물로 어우러져 첩첩이 쌓여 있는 산속 물속 단양, 보발재 계곡을 내려가는 길목은 단양 천하일색 단풍이로다. 내려오는 길 전라도 땅에 들어서니 산세가 유순해졌다. 여산 휴게소에서  술 한잔 하면서 옛날을 회상하니 오늘도 서산에 붉은 노을은 힘을 기울이다 자취를 감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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