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신문은 해마다 세시에 ‘희망의 사자성어’를 발표하고, 세밑에 ‘올해의 사자성어’를 발표한다.
2013년(癸巳年) 연초 희망의 사자성어는 ‘묵은 것을 없애고, 새로운 것을 펼친다.’ 는 뜻의 ‘제구포신(除舊布新)’이었다.
그러나 세밑에서 1년을 평가하는 올해의 사자성어는 ‘순리를 거슬러 잘못된 길을 고집한다’ 는 ‘도행역시(倒行逆施)’이다.
시대착오적으로 나쁜 일을 고집하거나 꾀함을 뜻한다. ‘도행역시’는 중국 춘추시대 초나라에서 오나라로 망명한 오자서가 한 말로 사마천의 <사기>에 나온다.
오자서는 중국역사상 가장 유명한 장수중 한 사람으로 힘에 있어서는 여포에 못지않고, 지략에 있어서는 제갈공명 못지않은 힘과 지략을 겸비한 불세출의 명장이었다.
그의 집안은 초나라(楚)에서 대대로 벼슬을 한 명문가였고 아버지 오사(伍奢)는 초 평왕(平王) 시절에 태자 건(建)의 스승인 태부(太傅)였다.
태부 아래는 소부(少傅)였던 간신(姦臣) 비무기(費無忌)였다.
초나라는 태자 건의 빈으로 진(秦)나라 공주를 데려오는데 그 공주가 어찌나 절세미인인지, 아버지 평왕은 비무기의 감언(甘言)에 혹해 공주를 가로채고 만다.
비무기는 태자가 장래 왕으로 등극하면 닥쳐올 후환이 두려워 평왕에게 태자를 참소하고, 태부인 오사와 그의 큰 아들을 모함해 죽임에 이르게 한다. 이에 태자 건은 황급히 정나라로 피신하나 그곳에서 죽고 만다.
오사의 둘째 아들이었던 오자서는 초나라를 도망쳐 나오게 된다. 그는 도망치면서 친구인 신포서(申包胥)에게 “나는 반드시 초나라를 멸망시키겠다”고 맹세한다.
이에 포서는 그의 도망을 묵인하며, “나는 반드시 초나라를 보존 시키겠다.”고 말한다.
오자서는 정나라를 거쳐 오(吳)나라로 망명해 오왕 합려(闔閭)를 왕으로 등극시키는 일등공신이 된다.
그리고 초나라에서 도망한지 16년 만에 손무와 함께 초나라 수도를 함락시킨다. 이때 오자서의 원수였던 평왕은 이미 죽은 후였다.
초나라 수도를 함락한 오자서는 가족을 살해한 평왕의 무덤을 찾아가 무덤을 파헤치고 관을 꺼내 “충신과 간신도 구분 못하는 네놈의 눈을 뽑아주마”라며 두 눈을 파내고, 시체를 쇠 채찍으로 300번을 후려친다.
한편 신포서는 수도가 함락되자 다른 나라로 피신해 있다가 오자서가 평왕의 시체를 꺼내 채찍질했다는 소식을 듣고 경악하며 “자네의 복수는 너무 지나치지 않는가” 라는 꾸짖는 편지를 보낸다.
오자서도 그에게 답장을 보낸다. “날이 저물었는데, 갈 길은 먼 처지라 도리가 아닌 줄 알면서 부득불 순리에 거슬리는 행동을 했네.(吾 日暮途遠 吾故 倒行而逆施之)”라고 대답했다는 것이다.
이후 신포서는 초나라를 부흥시켰고, 오자서는 오왕 부차의 강압에 스스로 목숨을 끊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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