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군과 해남군, 두 군의 경계에 위치한 계곡면 황죽마을과 강진군 도암면 신덕마을. 거리상으로 봐선 분명 한 동네인데 냇가를 사이에 두고 소속 군이 서로 다르다.
두 동네를 삼팔선처럼 갈라놓고 있는 천도 한쪽 벽은 해남군이요 한쪽 벽은 강진군에 속하다보니 천 정화공사를 하고 싶어도 두 군이 합의를 해야 하기에 차일피일 미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지난 8일 이 마을을 찾았을 때 계곡 황죽마을 할머니가 냇가에서 빨래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할머니가 빨래하고 있는 터가 강진군에 속한다고 하니 두 마을은 행정상 분리돼 있을 뿐 한 생활권에 속한 마을임에 분명하다.
천 너머로‘누구댁 밥 먹으로 오소’하면 들릴 만큼 가까운 동네. 마을이 생긴 지금까지 품앗이도 함께하고 음식도 나눠먹는 등 그야말로 사이좋은 이웃사촌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상포계를 같이 운영할 만큼 두 마을은 상여도 함께 메고 음식도 함께 마련하는 등 마을의 대소사는 함께 해왔다. 장례식장이 생기면서 올해 들어 상포계를 해체했지만 품앗이만은 여전히 이어오고 있다고 한다.
천을 사이에 두고 마을이 나눠있다보니 양 마을에 걸쳐 전답이 있고 그래서 마을 사람들은 이군 저군을 넘나들며 농사를 짓는다. 행정 구역상 마을이 나눠져 있기에 행정 일을 보기위해선 이군 저군을 다녀야 할 입장이어서 불편한 점도 이만저만 아니란다.
논농업직불금만 보아도 해남군에 속한 논은 해남군에, 강진군에 속한 논은 강진군에 신청해 받아야 한다. 또 강진군에 속한 논에 관정을 파고 싶어도 강진군의 협조가 없으면 포기해야 하는 등 행정적인 일에서 만큼은 불편한 점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그래도 어찌하랴. 천을 사이에 두고 군이 갈라져 있으니 불편해도 그럭저럭 생활할 수밖에, 그러나 특별한 마을이다 보니 재미있는 일화도 많단다.
옛날 밀주단속이 심했을 때. 자전거 탄 면서기가 마을에 들어오면 냇가 넘어 신덕마을로 술독을 옮기느라 마을이 온통 난리가 나고 산에서 땔감을 하다 산감에게 들키면 땔감을 신덕들녘으로 던져버리고 도망치는 일이 다반사였다고 한다.
두 곳 다 노령화된 마을, 황죽마을은 31세대 45명의 주민들이 거주하고 옆 마을인 신덕리는 이 보다는 더 작은 세대가 거주하고 있다.
작은 산골마을, 해남 강진 경계선 마을 중 거리가 가장 가까운 두 마을은 행정적인 부분에서는 불편함이 많지만 생활권에 있어서는 이웃사촌과 같은 다정한 마을이다.
김희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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