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은 느림이다. 그리고 세상과의 소통이고 사람과의 만남이다. 특히 돌담 사이의 길은 정겨움이자 추억이다.
돌담 사이를 걷는 다는 것은 사색의 즐거움을 깨닫는 것이요. 세상과의 교감, 그리고 자연과의 교감을 통해 느림의 삶을 배우는 과정이다.
우리지역에서 가장 돌담이 아름다운 동네가 있다. 계곡 비슬권역인 태인과 강절 ,당산, 신기 마을이 바로 그곳이다. 구불구불 돌담길 따라 걷는 맛. 세상과의 소통을 위해 담벽의 높이도 적당하다.
이곳 마을 돌담길은 사람 냄새가 있어 더욱 좋다. 70 넘은 노인들이 5년이 넘는 기간동안 울력을 통해 쌓아 올렸기에 돌 하나하나에 사람 냄새가 스며있다.
마을 여기저기 굴러다니는 돌들을 모두 모아 5년이 넘도록 돌담을 쌓아온 주민들, 지금도 돌담 쌓기는 계속되고 있다.
티끌모아 태산이라고 했던가. 하나하나 쌓인 돌이 이젠 제법 아름다운 돌담길을 연출해 내고 여기저기에서 구경하겠다고 마을을 찾아오니 마을 사람들의 긍지도 덩달아 커진단다.
이 4개 마을 사람들은 4~5년 전 대한민국에서 가장 아름답고 살기 좋은 마을을 가꾸어보자고 의기투합했다. 70이 넘은 나이에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나선 것인지, 처음에는 그래 한번 해보자 힘들면 말지 하는 생각으로 호미와 삽을 들고 나섰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그림같은 돌담이 나타나고 옛적에 봤던 기다란 돌담 골목길도 만들어지니 이젠 마을 사람들이 더 신이 나서 울력에 빠져들게 됐다.
내가 사는 동네는 내가 가꾸고, 공간의 아름다움은 자신들의 삶의 질을 무한히 향상시킨다는 사실을 몸소 체험한 4개 마을 주민들. 그것도 겨울날 추운바람 이겨내며 손수 쌓은 돌담이니 돌담 걷는 기분을 그 무엇으로 비견하겠는가.
4개 마을 주민들이 돌담을 쌓기 시작한 것은 후손들이 돌아오기를 바라는 데서 시작됐다. 어찌나 열심히 돌담을 쌓고 마을을 가꾸었던지 강정마을은 참살기 좋은마을 가꾸기 사업에서 전국 대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고 태인마을은 전남 지역혁신 대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그리고 강절과 태인 당산 신기마을은 올해 들어 농어촌종합개발사업에 선정돼 친환경 농업단지 등에 60억원의 예산을 지원받게 된다.
해남지역에서 공동체가 가장 살아있고 마을 가꾸기를 통해 더욱 단합이 공고히 되고 있는 이 마을 사람들의 표정을 밝다. 70 넘은 나이에도 하나의 마을 역사를 만들어 냈다는 자긍심 때문에 삶에 활기가 넘친다.
꽃보다 아름다운 노인들. 마을을 가꾸는 과정에서 성과도 엄청났지만 가장 큰 성과는 70이 넘었어도 못할 일이 없다는 자심감이란다.
자신들에게서 무한한 가능성과 도전의식, 창의력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비슬권역 4개 마을에서 돌담 외에 꼭 보고 올 것이 있다. 강절마을에서는 아름다운 돌담길을 꼼꼼히 보고 태인마을에서는 돌담과 뒤쪽 저수지, 흑석산으로 이어지는 임도도 볼만하다. 신기마을은 집집마다 정원들이 아름답고 당산마을은 철쭉의 군락이 어여쁘다.
해남우리신문이 주최하는 돌담음악회가 이곳 4개 마을 주민들과 함께 마련된다.
작지만 의미있는 작은 음악회. 아름다운 마을을 만들어 낸 주역들의 노고를 축하해 드리고 그 모범이 해남전역으로 퍼질 수 있도록 작은 도움이 되고자 하는 바람에서 만들어낸 음악회이다.
꽃보다 아름다운 70대 노인들이 5년에 걸쳐 만들어낸 돌담길. 그곳에는 사람이랑 달이랑 별이 함께 있었다.
박영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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