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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음한 여자를 끌고와 큰 소리로 단죄를 요구하는 성난 군중에게 예수께서 “너희 중에 죄없는 자가 먼저 돌로 쳐라(요 8:7)”라고 했다. 그러자 그토록 기세등등하던 무리들도 ‘죄없는 자’라는 말에 아무도 나서는 자가 없었다는 성경의 가르침은 기독교인이 아니라도 아는 이야기다.
또 세계 일등 민족이라고 자부하는 유태인들이 자랑하는 경전 탈무드에서 죄는 죄인 한사람만의 문제로 보지 않는다. 그래서 비록 혼자 지은 죄일지라도 용서를 빌 때는 ‘우리를 용서하소서’라고 가르치고 있다.
이는 세상 모든 사람은 죄인이요, 공모자이거나, 최소한 보고도 못 본 체 하는 방관자라는 뜻이다.
나는 이번 내 고향 해남군수 뇌물사건 소식에 부끄러움과 분노와 허탈과 슬픔이 교차하는 묘한 감정의 충격에서 며칠 동안 벗어날 수가 없었다.
이는 비단 나뿐만 아니라 해남군민 모두가 한결 같았을 것이며, 전국 각지의 출향 향우들 감정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더구나 이번 사건은 뇌물사건 때문에 물러난 전임군수의 잔여 임기를 채우기 위한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후임 군수인데 그 마저 똑같은 죄목이라 더욱 민망스럽고 안타깝다.
그런데 이와 같이 군수의 뇌물사건이 되풀이되는 이유가 ‘해남은 돈선거’라는 세간의 소문과 맞물려 있는 것은 아닐까?
그리고 선거 때면 유난히 잦은 출처 불명의 공짜 점심과 저녁 술값과는 전혀 무관할까?
비난하고 욕하는 군민들은 정말로 전혀 책임이 없을까?
객지에서 사귄 지인들께서 무심히 던지는 해남군수 이야기가 나를 슬프게 할 때면 얼마 전 입적하신 법정스님이 내 고향 해남 출신이라 행복하다면서 슬쩍 비켜간다. 그리고 그의 유명한 저서 무소유의 다음 구절을 들려주면서 위로 삼는다.
“…그러니까 무엇인가를 갖는다는 것은 다른 한편 무엇인가에 얽매인다는 뜻이다. 필요에 따라서 가졌던 것이 도리어 우리를 부자유하게 얽어맨다고 할 때 주객이 전도되어 우리는 가짐을 당하게 된다.
집착이 괴로움이요, 소유욕에는 한정도 없고 휴일도 없다.
우리는 언젠가 한 번은 빈손으로 돌아갈 것이다. 내 육신마저 버리고 훌훌 떠날 것이다.
아무것도 갖지 않을 때 비로소 온 세상을 갖게 된다는 것이 무소유의 역리다” 지금 군수를 꿈꾸는 후보자는 물론 군민 모두 한번쯤 되새겨 볼 일이다
해남우리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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