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염명희(염명희 가족상담센터 센터장)

어느 날 상담을 받고 싶다는 전화가 왔다. 약속을 잡고 만나보니 그 가정은 상담이 필요하지 않은 가정이었다. 상담을 신청한 이유가 우리 가족이 잘 살고 있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처음에는 아내를 만났고 두 번째는 부부를 함께 만났다. 만나보니 부부는 이미 서로를 신뢰하고 서로를 잘 이해하고 있었다.
남편은 부모님으로부터 사랑을 많이 받고 자라 아내의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줄 수 있고 사랑을 베풀 수 있는 내면의 힘을 가지고 있었다. 아내가 자신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게 운동을 하라고 권해 아내는 운동을 하면서 가족생활이 더 만족스러워졌다고 했다.
아내는 따뜻한 가정을 만들고 싶어했고 남편은 아내의 그런 마음을 알고 있었으며 늘 아내를 배려하고 있었다. 같이 물건을 사러가도 아내 것을 우선 사라고 해 아이들도 엄마에게 “엄마 것 안 사면 아빠가 싫어하니 엄마 것 먼저 사라”고 할 정도였다. 또 아이들과도 잘 소통하고 있었다. 만나서 서로의 마음을 더 많이 알 수 있는 계기가 됐지만 더 이상의 상담은 필요치 않았다.


50대 부부가 상담을 왔다. 아내가 많이 힘들어 상담하는 곳을 알아보고 남편에게 이야기를 해 함께 오게 됐다. 아내가 원하는 것은 남편에게서 “젊었을 때 고생시켜 미안하다”라는 말을 듣고 싶었던 것이다.
남편은 “옛날에는 힘들게 했지만 지금은 내가 옛날처럼 그렇지 않는데 왜 그러느냐?”라고 말을 하니 아내는 “남편이 정말 미안해 하는지 알 수가 없다”고 한다. 옛날 힘들었을 때 그 감정이 올라와 남편에게 감정 투사를 하게 되면서 힘들었던 것이다. 지난 세월 동안 힘들었던 부분에 대해 남편의 진심어린 말을 통해 사과 받고 싶고 견디어 온 것에 대해 인정받고 싶었던 것이다.
며칠 전에 아내와 상담을 했는데 많이 좋아졌다고 한다. “옛날에는 대화를 싸우듯이 했는데 지금은 마음속의 분노가 많이 사라져 말을 부드럽게 하게 되고 남편도 잘 하고 있다”고 한다.


아내들이 남편들에게서 원하는 것은 “고맙다”, “힘들게 해서 미안하다”, “고생 많았다”라는 말을 듣고 싶어 하는데 “결혼해 살면서 한 번도 그런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고 한다. ‘지금까지 무엇을 위해서 누구를 위해서 살았나?’라는 생각이 든다고 하소연을 한다. “자신을 여자로 아내로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한다. 남편들은 마음은 있지만 그런 말을 하기에 쑥스럽다고 말한다.
남편들도 말로 표현하지 않지만 진심으로 원하는 것이 있다. 가족으로부터 사랑받고 싶고, 남편과 아버지로 인정받고 싶은 마음을 모두 가지고 있는 것이다. 서로가 상대로부터 사랑받고 싶은데 채워지지 않아 힘들어 한다.
부부가 힘들었을 때는 어느 한 쪽만 일방적으로 힘들 수는 없다. 처음에는 한 쪽이 더 힘든 상황에 놓이고 점차 다른 한 쪽도 영향을 받으면서 결국에는 같이 힘들어지는 것이 부부 사이이다.


그러나 한 쪽이 먼저 긍정적으로 변해 상대를 대하면 상대도 긍정적으로 변화가 시작되는 것이 또 부부 사이이다. 그렇게 긍정적으로 변화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상담자의 역할이다.
젊었을 때는 경제적으로 어려워 열심히 일을 하고 살았는데 조금 여유가 생겨 자신을 돌아보니 자신을 위한 삶은 없었던 것이다. 자신을 돌보지 않고 그 동안 가족을 위해서 헌신했는데 그 가족 안에서 존재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면서 우울해지고 삶이 허무해지면서 이혼을 생각하게 된다.
좀 더 일찍 상담실 문을 두드리면 도움 받아 화목하게 살 수 있는데 참고 견디다 결국 이혼을 결정하는 것을 보면 안타까울 때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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