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뜨락에 모란이 한그루 마른 잎
담장에 걸치고
푸른 창공에 뭉게구름 둥실 떠가니
적막한 뜰앞을 홀로 거닐어본다
처마 및 제비집은 왜이리 고요한고
한집에 살던 정 나뭇가지에 메어두고
강남땅 가려거던 집세나 주고가지
밤이면 찬바람 새우는 벌레소리 요란하고
땅위엔 나뭇잎 소리없이 떨어지니
꿈속에 그리던 그대 그림자 잊어버리자
가을밤 외로운 하늘엔 별은 총총해가고
길 잃은 나그네 눈여겨보는데
검은 머리에 흰서리는 어느 사이 내렸는고
보아라 저 창가에 비친 달 그림자
한(限) 많은 내마음을 환상의 세계로 이끄니
오! 가을은 조락(凋落)과 감상의 계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