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만원 훌쩍 넘긴 집도 많아

 

누진세 40년간 주택에만 적용
형평성 논란, 폐지여론 높아

해남읍 해리에 거주하는 최모 씨는 전기요금을 보고 깜짝 놀랐다. 20여만원이 넘는 요금이 부과된 것이다. 삼산면 평활리에 거주하는 박모 씨도 10만원이 넘는 전기요금이 나왔다. 
무더웠던 여름, 해남의 각 가정들 사이에서 전기요금 누진세 폭탄을 맞은 일이 아직도 회자되고 있다. 여름철만 되면 가정집 전기요금이 높게 부과된 것은 누진세 때문이다.
전기요금 누진세는 1970년대 석유파동을 계기로 전력소비량을 감소시키자는 취지로 만들진 제도이다. 전기요금 누진세는 일정 사용량을 초과하면 기하급수적으로 요금이 상승하게 돼 있다. 전기가 처음 들어왔을 때인 70년대는 가정용 전기사용이 적어 크게 부각되지 않았지만 지금처럼 각 가정에서 사용하는 전자제품이 늘어나면서 누진세는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누진세 적용 40여 년 동안 전기생산량도 크게 늘었고 그에 비례해 가정용 전력소비도 증가하고 있다.
최근 5년간 주택용 전력사용량은 전체전력소비량의 15% 이내로 상업용, 농업용, 산업용에 비해 매우 낮다. 그러나 일반전기에 비해 가정용에만 최고 11배에 가까운 누진세를 부과하고 있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실제로 경기도에서 정모 씨 등 21명은 “주택용 전력에만 누진제를 적용, 각 가정으로부터 부당하게 징수해온 전기요금을 돌려 달라”며 한국전력공사를 상대로 전기요금 부당이득 반환 청구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낸 상태이다.


전기요금은 저압 기준 월 100kWh 미만의 전기를 사용한 가정에는 1kWh당 59.1원의 요금이 적용되지만 전기사용량이 500kWh를 넘어서면 1kWh당 요금은 690.8원, 무려 11.7배를 적용받는다. 이것이 누진세 때문에 생기는 요금폭탄의 크기다.
한국전력 해남지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4인 가구 기준 월평균 전력소비량은 337kwh, 5만7000원 수준이다. 337kw를 기준으로 하루 3시간씩 소비전력 1.5kwh의 에어컨을 추가로 사용하면 11만 원, 5시간씩 추가사용하면 18만 원이 된다.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면 20만원을 초과하는 요금폭탄이 부과되는 이유도 누진 비율의 급격한 상승폭 때문이다.


이처럼 누진폭탄이라고 불리는 전기요금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의 소리가 높아지면서 누진세의 개편, 일각에서는 아예 폐지하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북일면에 거주하는 강모(65) 씨는 농촌지역인데도 10만 원이 넘는 전기요금이 부과되고 있다며 40년 전에 생긴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세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지면 김모(58) 씨도 40년 전과 지금은 상황이 너무 달라졌는데도 똑같은 누진세를 적용하고 있다며 현실에 맞게 개편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정부는 6단계로 적용되는 주택용 누진세를 3~5단계 축소시키는 정책을 내놓고 있다.  단계를 축소하면 가장 비싼 구간과 싼 구간의 격차는 11.7배에서 4~8배로 줄어들게 되지만 원가 이하로 전기를 소비하는 서민들과 저소득층의 부담은 크게 증가하는 결과를 불러온다.
절약의식 고취라는 명분으로 40여 년이 넘도록 가정용에만 부과되고 있는 누진세, 현재로써 누진세에 대한 관건은 전기를 아끼는 방법 밖에 없는 상태이다. 전문가들은 다양한 노하우를 활용해 400kwh구간을 넘지 않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말한다.


전기제품은 사용습관에 따라 편차가 매우 크다. 특히 장시간 집을 비운다면 냉장고를 제외한 모든 전원코드를 뽑도록 해야 한다. 특히 냉장고는 용적량의 60%에서 10% 초과할 때마다 전기료가 3.6%씩 증가한다고 알려져 있다.
또한 과도한 누진세의 주법으로 ‘에어컨’을 지목하곤 한다. 평소와 다를 바 없는 생활 패턴에 에어컨만 추가했을 뿐인데 요금폭탄을 맞은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흔히들 전기밥솥의 전력사용량에 대해 크게 인식하지 못하는 가정이 많다. 1455w의 10인용 전기밥솥의 경우, 1일 1회 취사 24시간 보온을 기준으로 88.8w/h 전력을 소비한다. 여기에 24시간을 곱하고 다시 30일 곱하면 64kw가 나온다. 에어컨 사용량을 뛰어넘고 냉장고 두 배에 가까운 전력소비량이다.


한편 한국전력 해남지사에 따르면 해남의 주택용 전력소비량은 전체 4400만kwh의  15%인 700만kwh, 전기요금은 전체 45억 원 중 9억3000만 원으로 20%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작권자 © 해남우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