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도시라면 가능한 일일까, 감옥의 창살같은 전신주가 전 도로를 장식한 일이. 해남군은 공업단지도 아닌 전형적인 농업군이다. 또 관광지이다.
이러한 해남군이 한 순간 전신주 천국이 됐다. 산이면은 목포에서 해남으로 오는 진입로이다. 서해안고속도로가 뚫리면서 산이면 길은 해남 길목이 됐다.
해남을 들어오는 길목이 온통 전신주 숲이라면, 그것도 가장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하는 산이면 도로가 온통 전신주 천국이라면, 제고돼야 한다.
산이면에 들어서는 전신주 숲을 보면서 해남군의 태도가 이해가 되질 않는다. 아무리 국가시책사업으로 이뤄진다고 해도 엄연히 해남에서 이뤄지는 행위이다.
당연히 목소리를 내야 한다.
우리사회는 삶의 질에서 공간의 질을 향하고 있다. 매일 마주하는 공간이 인간에 미치는 정서는 아주 크다. 아름다운 경관은 사람들의 심리적인 안정감과 함께 심미안도 키워준다.
유럽의 경우 마을 앞을 지나는 도로 하나, 나무 한그루에도 신경을 쓴다. 절대로 마을민들의 시야를 가리는 고가도로를 마을 앞에 놓지 않는다. 또 인간의 정서를 해치는 구조물은 지하에 조성한다. 매일 봐왔던 나무 한그루를 옮기기 위해서도 마을 회의가 필요하다. 그만큼 인간의 주변을 싸고 있는 경관은 그 곳에서 살고 있는 주민들과 밀접한 관계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산이면 도로를 한번 가볼 것을 권한다. 인간의 사고로는, 생각하는 사람이 할 수 있는 행위가 아니다. 산이면 주민들이 분노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도 전신주는 지금도 계속 세워지고 있다. 산이면 진입로에서 덕호리까지 새로 들어서는 전신주는 548개이다. 기존의 전신주까지 합하면 1000개가 넘는 전신주가 좁은 도로옆으로 들어서게 된다.
산이면은 경관이 아름다워 가로수 식재도 반대하는 곳이다. 그런데 가로수 대신 전신주가 떡하니 가로수를 대신하고 있다.
교통사고가 빈번한 도로, 전신주로 인해 더 위험한 도로가 됐다. 주민들의 안전은 전혀 고려치 않는 개발행위가 대낮에 이뤄지고 있는 현실이다.
산이면 도로에 건립되고 있는 전신주, 당장 중단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