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재희(화산면)

예로부터 農者天下之大本이라 했다. 농사야말로 천하의 근본이라는 말이다. 그러나 지금의 현실은 어떤가. 농사야 말로 천하의 가장 천한 일이 되고 말았다. 며칠 전 APEC회담에 참석한 대통령이 느닷없이 한중FTA를 체결했다. 천천히 이해득실을 따져가며 피해를 본 분야가 있다면 그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고 신중하게 체결해야할 중차대한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한 건 올리기 식의 성과를 보이기 위해 국민들에게 알리지도 않고(아직 그 구체적 내용도 밝히지 않았다) 시간에 쫒기 듯 덥석 체결을 한 것이다. 한미FTA도 그랬듯이 이번 한중FTA의 최대 피해자는 농축수산업이다. 한중FTA가 한미FTA보다 농업피해가 3조3605억원으로 4배 많고 한중FTA 타결로 농축수산업 생산은 2020년 최대 20%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다. 그렇지 않아도 빈사상태에 빠진 농축수산업에게는 아예 쑥대밭이 되어버린 것이다.


농업은 조국근대화의 기치를 들 때부터 줄곧 피해만 받아온 분야이다. 오로지 수출만이 살길 이라는 명제 하에 천하의 근본인 농업은 희생양이 돼온 것이다. FTA의 내재된 속성은 무엇인가. 자국이 경쟁력 있는 분야의 수출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다. 필연적으로 경쟁력이 없는 분야는 피해를 보게 돼있다. 우리나라의 경쟁력이 있는 분야는 바로 제조업이다. 제조업을 살리고 수출을 증대시켜 국가경제의 성장을 위한 것이 우리나라가 FTA를 체결하는 주된 목적이다.

그 결과 대기업만 배를 더 불리고 농축수산업은 갈수록 피폐해진다. 신자유주의의 첨병인 경제학자들과 정부는 대기업 및 부유층의 소득이 증대되면 더 많은 투자가 이루어져 경기가 부양되고, 전체 GDP가 증가하면 저소득층에게도 혜택이 돌아가 소득의 양극화가 해소된다는 이른바 낙수효과(落水效果, trickle down effect)를 이야기 한다. 그러나 낙수효과는 이미 맞지 않는 이론임이 실증된 이론이다. 대기업이 재투자를 해 고용을 창출해야 낙수효과가 생기는데 주지하다시피 대기업은 그 수익금을 제 배를 불리는 데에만 사용해 대기업의 사내유보금이 무려 몇 십 조에 달하고 있다. FTA로 인해 대기업은 살이 찌는 사이 농축수산업은 그 근본마저 무너져가고 있는 것이다.


이미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은 23%로 OECD국가 중 최하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쌀의 자급률이 86%에 이르기 때문에 그나마 23%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당장 필요한 효과를 보이는 가시적인 부분에만 투자를 하려고 한다. 그러나 국방예산을 보라. 국방이 지금당장 필요한 불요불급한 예산인가? 그렇지 않다. 미래에 있을지 모르는 국가의 위기를 막기 위해 막대한 예산을 투자하고 있는 것이다. 농축수산업도 마찬가지 논리로 ‘식량주권’을 지키기 위해서 예산이 투입돼야 한다. 미래에 있을지 모르는 전쟁의 위협을 지키기 위해 막대한 국방예산을 투입하듯, 미래에 있을지 모르는 식량부족사태를 예방하기 위해 농축수산업을 살려야 하는 것이다.


아직까지 그나마 다행인 것은 한중FTA를 체결했다고 발표했지만 실은 MOU형식의 단계일 뿐이다. 아직 가서명, 정식서명, 국회비준절차가 남아있다. 농축수산업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시간이 아직은 있는 셈이다. 정부와 국회는 피해의 최소화를 위한 방안을 적극적으로 강구해야 한다. 밥은 하늘이라지 않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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