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문화의 장점은 문화의 원형을 살리고 국민이 옛 맛을 즐기도록 배려하는 전통의 중시에 있다. 원형의 보존이란 문화재의 역사성을 살리고 그 주변 경관까지 옛 맛이 나게 본래의 길을 살리고, 차도도 왕복 1차 도로를 준수한다. 박정희의 근대화가 들어서기 50년대 문화기행 답사객들은 문화의 원형을 오랜 추억 속에 간직하고 있다. 그러나 7~80년대 관광 붐이 불면서 경주는 요란하게 변화했고 잃어버린 옛 도시가 됐다. 옛 맛이 나는 일본 교토는 해마다 800만 관광객이 찾아온다. 문화유산 답사기의 저자 유홍준은 ‘일본답사기’에서 침이 마르게 칭찬한다. 한국과 비교하려니 한심 했을 거다.
화원관광단지는 농토를 파헤치고 골프장 잔디밭을 조성하고서 관광명소라 떠든다. 잔디밭 제초제 독극물이 시야바다 물고기 씨를 말리는데 누구하나 걱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일본은 농어민의 생활 터를 무시하는 그런 짓은 않는다. 국토를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협동조합도 잘 굴러간다.
관광문화 붐이 서울, 경기, 영남으로 돌아 점차 호남으로 남진하고 있다. 그 실태를 보면 중앙부처의 예산지원을 받은 초호화판 관광시설물이 주다. 군마다 경쟁하다시피 수백억만원씩 들어가는 건물 세우기다. 미술전시관도 마찬가지다. 연속적으로 전시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서울이나 타군에 비교해도 품격을 유지하는 수준을 보여주려면 치밀한 전시기획의 안목이 우선돼야한다. 현재 시, 군 미술관의 소장 작품 목록을 보면 도토리 키재기 식으로 별 볼일 없는 작가 작품을 잔뜩 수장하고서 누가 어떤 수준에서 선별한 것인지 평가 기록도 전혀 없다.
조선시대 ‘土末’ (땅끝)이라 이름에 끌려선지 외지손님들이 오면 그곳에 가고 싶어 해 나는 몇 번 안내를 했다. 완도 연륙교가 생겨 그 의미를 상실했는데도 여전히 그 언어의 이미지를 선호한다. 그러다 송지면 도로에 땅끝해양자연사박물관이 있다는 소리를 듣고 찾아갔다. 설립한지 10년도 넘었다는데 왜 나는 모르고 지나쳤을까.
가장 기초적으로 습득할 지식이 자연박물관이며 어린이의 상상력을 배양하는 소중한 교육장소이다.
이름이 해양자연사박물관이지만 해양생물만이 아니라 진기한 새나 박쥐, 나비, 곤충 거미 등 국내에서 볼 수없는 희귀종이 표본 채집돼 있었다. 임양수 관장은 해양수산대 출신으로 배타고 낯선 타국을 다니며 수집한 것이라며 전시되지 않는 작품이 2배나 더 있다고 했다. 그는 그 작품들 사이에서 지내는게 제일 행복하단다. 자연과 문화를 사랑하는 순수한 열정이리라.
내가 알기로 전국 최고의 수집예술가인데 많은 해남인들이 알지 못한 것이 서운하다. 나는 수집품들을 황홀하게 감상하며 즐거워했고 다시 보고 싶은 볼거리중의 볼거리라 느껴졌다.
서울에 가면 수중 박물관이 있고 여수 해양엑스포에서도 선보인 적이 있다. 이는 유지하는데 엄청난 경비가 든다. 그러나 땅끝해양자연사박물관은 모두 박제된 것이므로 수중장치가 불필요하다. 그리고 이곳의 소장품들이 훨씬 빼어나다.
다만 장소가 너무 비좁고 비치된 카다로그 목록이 없어 아쉬웠고 DVD 영상으로 보여주는 다양한 프로그램 제작의 필요성을 느꼈다. 해남은 이 자연사박물관 하나만 잘 가꾸고 보존 해도 전국 최고의 관광명소로서 자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드웨어만 즐비한 이 척박한 해남 관광지에 이러한 귀한 재료를 보존하고 홍보해야 할 해남군의 책임의식이 절실한 것을 아는지 되묻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