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땅은 지금 서서히 죽어가는
심 정지상태의 서울공화국!
의식불명 상태의 뇌사공화국!
이 땅은 지금 급성 돌림병처럼
남과 북, 혹은 남․남의
‘마음닫기’ 증후군이 범람하고 있는데…
“쓰레기더미에서 쓰레기만 고르는”
인사난맥의 와중에
이골 난 민초들의 배신구역
여의공화국을 홀연히 탈출,
민심의 바다에 첨벙 뛰어든 당신!
유배공화국 강진․해남의 한 토굴에 몸 숨긴 채
뒷산 깊이 올라 백번 천 번 허리 굽혀
풀 섶에 도사린 도토리 한 알이라도 줍는 뜻은
막걸리 안주거리 도토리묵 때문이 아니라
스스로가 자청한 귀양길의 첫 걸음일 터.
유배공화국, 버려진 호남의 일각에
몸 숨긴 그대의 정계은퇴가
이 땅의 마지막 희망일 수 있는 것은,
또 다른 정치의 시작일 수 있는 것은,
썩어문드러진 민심의 바다에 뛰어들어
쉬엄쉬엄 헤엄쳐 가며
짜디 짠 민심의 현주소 돌고 돌아
민초들의 그을린 맨 얼굴과 맞닿아
무너지고 찌든 그들의 마음
혹여 껴안을 수 있다면
그래서 시대의 부름에
한 번 더 다가갈 수 있다면
그래서 유배공화국의 실체에
한 발 더 다가설 수 있다면
이야 말로 심정지상태의 서울공화국을,
의식불명의 뇌사상태 한국정치를 희생시키는
깨어난 보통명사, 손학규식 심폐소생술일 터.
윤재걸
(시인/전 언론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