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거래사는 중국 동진사람 도연명이 고향을 그리워하며 쓴 시다.
 8연 338자의 이 시는 1600여 년 전의 작품이지만 지금도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다. 특히 타향살이에 지친 나그네의 영혼에 크나큰 안식을 주는 첫 연은 이렇게 시작된다.
이제 돌아가자. 고향의 정원은 황폐해 가는데 어찌 돌아가지 않으랴. 이제까지는 고귀한 정신이 육신의 노예가 되었다. 그렇다고 슬퍼하고 서러워만 할 것인가. 이미 지난 일은 탓해야 소용없음을 이제야 깨달았고 내가 인생길을 잘못 들어 헤맨 것은 사실이나 아직은 그렇게 멀리 벗어나지 않았다.
이제는 깨달아 바른 길을 찾았으니 지난날의 벼슬살이가 그릇되었음을 알았다.  


깊어가는 가을밤, 요즘은 나이 탓인지 계절 탓인지 알 수 없지만 잠은 쉬 오지 않고 이런 저런 생각에 뒤척일 때가 많아진다. 그럴 때면 평소 바쁘다는 핑계로 멀리 했던 책을 읽는다.
그리고 지난날의 내 삶은 옳은 선택이었을까? 최선을 다 했을까?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지는 않았을까? 뒤돌아 본다. 특히 지난날의 부모, 형제, 고향, 친구에게 이런저런 생각이 미치면 문득 인연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불교에서는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고 말한다. 또 어느 철학자는 인연이 우리의 인생을 지배하고 존재를 좌우하고 운명을 결정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므로 누구든지 자신과 맺어진 인연을 사랑하며 소중히 간직할 일이다. 그런데 인연도 인격자에게서 만이 제값을 한다.


인격이란 모든 사물에 격식이 있듯이 사람의 인간다운 품격을 말한다. 인격을 형성하는 감정은 수치와 연민과 경건이다. 잘못이나 부족함에 대한 자신의 면목 없음에 대한 감정이 수치요, 타인의 불행이나 슬픔에 대한 사회적 유대감이 연민이다. 그리고 상대방에 대한 존경과 공경심이 경건이다.
이와 같이 수치, 연민, 경건에 대한 풍부한 감정이 인연으로 맺어질 때 아름다운 인간관계가 유지될 수 있다.

내 생의 전환점은 고 김대중 대통령과의 만남이었다.
그 첫 만남의 감정과 의지를 돌아가신 그 날까지 뿐만 아니라 지금도 유지하고 있다. 현재까지 계속되는 매월 동작동 현충원 묘소참배도 같은 이유다.
깊어가는 가을 밤 귀거래사를 읽으며 인생무상을 다시 한 번 실감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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