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가 능력이 될까요?
경험이라곤 몇 차례 독자투고를 한 것밖에 없는 사람에게 시론필집으로 참여해달라는 신문사측의 요청에 걱정스레 한 말이다.
사실 필자는 변변한 고등교육을 받지 못해 학문적 논리와 깊이가 부족하고 반평생을 공직으로 살아왔기에 사회현실이나 세상물정에 어둡다. 또 시대를 논하기에는 세월이 너무 많이 지나갔다.
칼도 오래 쓰면 무디고 고인 물은 탁하듯이 예리한 판단력과 앞선 논리력이 요구되는 시론필진으로는 가당치 않다는 말이다.
아울러 필자는 현재 지역사회에서 관변단체로 오해받을 만한 사회단체의 책임을 맡고 있는 사람이다. 이 또한 앞으로 시론의 대상이 행정분야라고 할 때 과연 자유로울 수 있겠느냐는 물음을 스스로 해보곤 한다. 이러한 것들이 필자가 시론필진으로는 적절하지 못하다고 걱정하는 대목들이다.
그러나 모든 사물이나 현상은 보기에 따라 관점이 잘라질 수 있다는 역발상개념으로 나름의 시론필진에 참여하기로 작정했다.
우선 사회경험이나 세상물정 부문에 있어 필자도 그동안 소위 삼연(혈연, 학연, 지연)으로 얽혀있는 지역사회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그리 늦거나 부족하지는 않다고 생각해본다. 또 우리는 지금 삼권이 분리돼있지만 엄연한 행정국가에서 살고 있고 실제로 우리의 삶 대부분이 행정의 영향 속에 살아가고 있어 오랜 행정경험은 오히려 문제발견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아울러 살아보니 인생은 경험이고 ‘앉아 있는 노인이 서 있는 청년보다 더 멀리 본다’는 말처럼 쌓여진 경험을 바탕으로 되려 다양한 관점과 깊이 있는 판단이 가능하지 않을까도 짐작해본다.
많은 세월과 공직생활로 인한 보수적 사고에 대한 우려가 있다면 일단 우리 사회에는 ‘젊은 보수와 나이든 진보가 있을 수 있다’는 말로 대신하겠다.
그런데 이 관점에서 가장 대립되는 대목은 그래도 역시 필자가 보수적이냐 진보적이냐 일 것이다. 사실 이 지구상 모든 나라들은 저마다 보수와 진보가 존재한다.
필자 또한 기본적으로 우리나라 특성상 지나친 급진좌파가 아닌 오롯한 진보세력은 같이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즉 합리적 진보주의를 지향한다는 얘기다. 진정한 진보주의야말로 지금의 사회적 모순을 변혁시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만약 우리사회에 시민단체 같은 진보세력이 없다면 집권자나 공무원들만의 잣대로 흘러가는 세상이 될 것인데 이 문제는 우리가 누누이 경험했지만 이론은 현실과 다를 수 있고 탁상은 실제와 많은 차이가 생기는 법이다.
필자 또한 현직에 있을 때 내린 결정에 대해 후회스러운 것이 많고 그런 경험은 후배들한테 전하면서 결코 인생선배의 충언을 허투루 듣지 말라고 당부하고 싶다.
때문에 누군가 그 차이를 짚어줘야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다시 말해 진보는 현대사회에서 자동차의 오토브레이크처럼 필수 불가결한 동반자라는 것이다.
그럼 오늘 이 땅의 보수는 누구인가는 이념적 잣대만 떼어낸다면 한마디로 어제의 진보가 오늘의 보수라 생각한다. 즉 지금의 보수들도 젊었을 적에는 사회변화에 목말라하는 진보주의자였다는 얘기다. 이렇듯 역사는 어제의 진보가 오늘의 보수가 되고 지금의 진보는 내일의 보수가 될 수 있는 수레바퀴라고 생각한다.
우리 실생활과 밀접한 주요군정부문에 대해 집행부 쪽의 편향 우려 시각에 있어서는 앞 경험담에서 말했듯이 아는 만큼 잘잘못에 대한 시시비비를 엄중히 가리겠지만은 기본적으로 행정의 개선과 정책개발 같은 것에 중점을 둘 생각이다. 특히 다소 난해하고 추상적 사안보다는 우리 실생활과 함께하는 문제, 즉 생활시론을 추구해 보겠다는 말로 논단 참여의 변을 삼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