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시민 육성의 요람 도서관
미래세대 아이들에게 맨 먼저 가르치고 배우게 해야 할 삶의 방식이 바로 공동체의 원리다.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동네 도서관을 드나드는 아이들은 도서관이 공동체의 공간이라는 것을 스스로 배운다. 도서관이 모두가 함께 사용하는 공공의 장소라는 인식, 도서관 자료들은 나만 보고 쓰는 것이 아니라 다른 아이들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는 생각, 아이들은 도서관을 드나들며 공공의 재산을 소중히 여기는 것을 깨우치고 배운다. 이런 의미에서 도서관은 성장의 필수 도구이자 민주시민을 육성하기 위한 가장 기초적인 토대가 된다.
사회안전망으로서의 도서관
독서는 그 자체로 사회사회안전망이다. 사회에 물질적 제도적 안전망이 필요하다면 사람들의 정신적 심리적 안전망을 구축하는 것이 도서관이다. 아이들의 놀이터, 공부방, 탁아소가 바로 도서관이며, 적적한 노인들, 몸 불편한 사람들, 마음 외로운 사람들이 편안하게 드나들 수 있는 모든 이에게 열린 사회시설이다. 도서관은 무상교육의 장이고, 동네사람 누구나 초대받는 문화체험의 무대, 누구든 여가의 창조적 활용으로 행복을 키울 수 있는 공적이면서 사적인 공간이다. 그래서 도서관은 유용한 삶의 정보와 공동체의 경험들이 교환되는 사회안전망의 역할을 한다.
평등의 원리를 구현하는 도서관
도서관은 그 정신에서부터 목적과 운영방식에 이르기까지 철저하게 공동체적이다. 지금은 정보의 시대다. 정보의 시대에서 부의 생산 수단은 바로 정보이므로, 정보의 불평등이야말로 모든 불평등의 근원이 된다. “지금은 정보화 시대다”라고 백 번 외쳐대기보다는 정보 접근의 불평등을 제거하는 도서관을 살리는 일이 훨씬 중요하다. 도서관은 정보의 공공성을 구현하고 정보격차를 줄이는 수단이며, 평생학습의 장, 시민의 대학, 주민의 서재다.
문화공동체로서의 도서관
문학평론가 도정일 교수는 “과거, 현재, 미래가 만나고 기억과 상상력이 용접되는 것, 지적 모험의 땅, 돈도 비자도 필요 없는 여행지, 국경과 인종과 계급이 영원히 퇴각한 코즈모폴리턴의 세계, 거기가 도서관이다”고 말한다.
도서관은 지역의 소모임 활동을 전개하기에 아주 적합한 곳이다. 연령별, 테마별, 서로의 욕구가 비슷한 사람들이 모여서 다양한 문화를 생성해낸다.
어린 아이를 가진 주부들은 각자가 가진 재능을 나누며, 내 아이만이 아닌 우리 마을의 아이를 함께 키우는 육아 공동체를 꾸릴 수 있다.
또, 문학을 좋아하는 사람, 그림을 좋아하는 사람, 역사와 문화유산, 숲과 생태, 외국어 학습과 여행 등 다양한 관심 분야별 소모임 활동이 활발히 전개돼 그들의 삶이 한결 풍성해진다면 자연스럽게 마을이 살아나고 그 사회의 문화가 풍요롭게 꽃피우게 될 것이다.
결과적으로 도서관에는 국경도 없으며 어떤 차별도 불평등도 없다. 도서관이 중요한 이유는 바로 그것이 사회의 ‘기본기’이기 때문이다. 민주시민 육성의 요람 도서관, 사회안전망으로서의 도서관, 평등의 원리를 구현하는 도서관, 문화공동체로서의 도서관의 역할이야 말로 지역공동체를 한 곳에 담아 낼 수 있는 가장 유용하고도 실용적인 공간인 것이다. 공동체적 삶을 살아가는 미국의 Amish Village라는 마을이 있다. 이 마을의 구호는 바로 ‘가족은 보험, 마을 공동체는 재보험’이다.
그렇다면 도서관은 가족과 마을 공동체를 포함하는 ‘평생연금보험’이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