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영자(편집국장)

세상에서 제일 힘이 센 수탉이 있었습니다. 각종 힘자랑 대회에선 항상 우승을 차지한 수탉입니다. 그러나 나이가 들자 마을엔 더 힘이 센 젊은 수탉이 나타납니다. 힘이 셌던 수탉은 너무나 절망해 매일 술만 마시며 예전의 무용담만 입에 담습니다. 나이가 들면 힘이 없어지는 것이 당연할지언데 수탉은 그걸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이때 아내인 암탉이 당신이 난 자식들과 손자들이 얼마나 힘이 세고 훌륭하게 자라는지 말해주면서 당신은 여전히 제일 힘이 센 수탉이라 말해줍니다. 동화책인 ‘제일 힘센 수탉’이야기입니다. 강사가 그림책을 읽어주는 동안 할머니들은 동화책에 나오는 이야기들을 자신의 삶에 투영시키며 맞다고 추임새를 넣거나 눈물짓곤 합니다.


그림책 1권을 읽어주는 시간은 단 15분, 그 짧은 시간에 할머니들은 책에 빠져들며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자신들이 걸어온 발자취 그리고 존엄성을 확인합니다.
해남우리신문사가 할머니들에게도 책을 읽을 기회를 주자며 각 마을노인정에 책 배달사업을 시작할 때 많은 이들이 한 이야기가 할머니들이 무슨 책을 읽냐는 질책이었습니다.
그러나 하루에 단 5분을 읽으시든, 1년에 단 한 권의 그림책을 들여다보시든 농촌할머니에게도 책을 읽을 기회를 줘야 한다며 시작했습니다.


그림책에는 무한한 상상력과 많은 느낌, 따뜻함과 공동체가 숨 쉬고 있습니다. 우리가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동안 아이들은 무한한 상상력을 키우며 생각주머니를 키웁니다.
할머니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책을 통해 더 깊은 내면의 자신을 들여다보고 할머니 세계에서 들여다 볼 수 있는 인문학적 지식을 얻습니다. 책은 단순히 읽는 행위를 넘어 나의 삶을 풍부하게 합니다.
그림책을 들고 마을경로당을 찾아 갑니다. 한 두 분 정도 꾸준히 책을 읽는 모습을 만납니다. 책을 읽는 할머니들의 모습이 너무도 아름다워 순간 울컥합니다. 어떤 할머니들은 손가락으로 글씨 하나하나를 일일이 짚어가며 책을 읽습니다. 어떤 할머니는 받침이 있는 글씨는 읽기 어렵다며 배우지 못함을 한스워합니다.


어느 마을 노인정에선 글을 뗀 할머니들이 직접 책을 읽어주시겠다고 나섭니다.
마을 경로당에 책을 읽어주겠다고 지원한 자원봉사자들도 10여명에 이릅니다. 책을 통해 공동체가 살아납니다. 그림책이 지역사회에 따뜻한 공기역할을 합니다.
해남우리신문의 올해 계획은 책 읽는 해남입니다. 책을 통해 지역공동체를 회복하자는 운동입니다.
복지 격차를 줄이기 위해 정부는 보편복지를 외칩니다. 문화 보편화를 위해 국립박물관 등의 입장료는 진작부터 무료입니다. 농촌마을 경로당에 책을 배달하는 사업은 교육의 보편화입니다. 아이들 뿐 아니라 어르신들도 교육혜택이 주어져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해남우리신문에서 추진하는 경로당 그림책 배달사업은 농번기를 제외한 기간에 추진됩니다. 해남공공도서관에서 그림책을 대여해 주고 해남우리신문사가 책과 강사를 마을에 보내는 역할을 합니다. 현재 그림책이 배달되는 시범마을은 10개 마을입니다. 2주회 한 번 책 읽어주는 강사가 마을을 찾아갑니다.
책 배달사업으로 해남우리신문 직원들은 매주 1회 각 마을 노인정을 방문합니다. 농촌 할머니들의 삶의 현장을 만납니다. 해남 인심을 만납니다. 내가 해남사람이란 걸 자랑스럽게 느끼는 순간을 만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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