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은 사람입니다


해양수산부 장관이 ‘바다에서의 안전을 가장 기본으로 챙기겠다’고 호언장담한지 하루 만에 ‘세월호’ 사고가 났습니다.

정부의 초기대응은 너무 안일했습니다. 컨트롤타워는 옥상옥(屋上屋)이었습니다. 그러는 사이에 깊은 바다 속에 묻힌 이들을 구출할 황금 시간대를 넘기고 말았습니다.

“제발 살려주세요” 애걸하듯 매달렸던 부모들의 애탐에도 무정한 시간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촌각을 다투는 상황에서 도대체 무엇을 먼저 해야 하는지 조차 판단하지 못하는 것 같은 정부의 대처는 희무끄레한  안개속 같았습니다.  세월호 침몰 사건에 대한 정부의 대처 상황을 바라보는 국민 모두는 패닉 상태에 빠졌습니다. 4년 전 천안함 침몰 사건 이후 외양간을 고칠 시간도 충분했으련만….  

황금 구명 시간대에 쇼윈도의 장식용 마네킹처럼 배들은 바다위에 널브러져 있었고 조명탄은 전시효과처럼 하늘을 밝혔을 뿐입니다. 보다 못한 민간인 자원봉사자들이 도우미로 자원했고 그나마 물꼬를 텄습니다.

저는 이런 나라에 살고 있습니다.

제가 사는 나라는  최첨단 기술 산업 강국입니다. 제가 사는 나라는 국가별 GDP 15위 이내, 무역 규모는 세계 10위권 내에 진입해 있는 나라입니다.

제가 사는 나라는 기러기 아빠가 가장 많은 세계 교육열 1위의 나라입니다.

제가 사는 나라는 도덕성이나 인성보다는 시험만 잘 보면 되는 나라입니다. 권력의 보호 아래  하루 일당 5억 원의 황제 노역을 할 수 있는 나라입니다.

제가 사는 나라의 재난 대응 수준과 국민에게 봉사해야할 고위 공직자들의 의식 수준은 보통사람들의 의식 수준보다 낮은 나라입니다. 사오정 시대에 ‘해피아’처럼 퇴직 후의 일자리까지 마련해 놓고 나오는 것이 관행처럼 되어 있는 특권층의 나라입니다.

제가 사는 나라는 물의 자연적 흐름이나 작은 물길을 살려내고 경관이나 유적의 보존, 자연 생태계 유지보다는 자로 재듯이 4대강을 재단해 버린 능력을 가진 나라입니다.

제가 사는 나라는 공약(空約)이 많은 나라입니다.

제가 사는 나라는 사람은 많은데 사람이 없는 나라입니다.

이번 세월호 사건과 그 대처 과정은 안타까운 이 나라의 단면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박노해님의 말, ‘사람만이 희망이다’는 생각을 몇 번이고 했습니다.

「희망찬 사람은 그 사람이 희망이다. 길 찾는 사람은 그 자신이 새 길이다. 참 좋은 사람은 그 자신이 이미 좋은 세상이다. 사람 속에 들어있다. 사람에서 시작된다, 다시 사람만이 희망이다.」

결국은 사람입니다.

조직이 없는 것도 아니고, 기술이 없는 것도 아니고, 경제력이 없어서도 아니고 결국은 사람이 없어서입니다. 아비규환의 현장에서 ‘기념사진이나 찍자’는 상식 밖의 사고를 가진 사람이 너무 많아서입니다.

풍전등화 같았던 나라를 위해 자신의 몸을 던졌던 성웅 이순신을 다시 생각해 봅니다.

왜군이 감히 호서와 호남으로 직공하지 못한 것은 이순신의 수군이 그 길을 막고 있어서였습니다.

“지금 신에게 아직 열두 척 전선이 있사오니 죽을힘을 내어 막아 싸우면 이길 수 있습니다. 지금 만약 수군을 모두 폐한다면 이는 적들이 다행으로 여기는 바로서, 말미암아 호서를 거쳐 한강에 다다를 것이니 소신이 두려워하는 바입니다. 전선이 비록 적으나 미천한 신이 죽지 않았으므로 감히 우리를 업신여기지 못할 것입니다.”

박노해님의 글을 다시 빌립니다.

우리 시대에 가장 암울한 말이 있다면 ‘남하는 대로’, ‘나 하나쯤이야’, ‘세상이 그런데’
우리 시대에 남은 희망의 말이 있다면 ‘나 하나만이라도’, ‘내가 있음으로’, ‘내가 먼저’

결국은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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