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은 인간의 기억이고 상상력이며 사유이고 표현이며, 최선의 지식을 실어 나르고 최선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최선의 창조적 표현매체다. 그래서 책은 국민모두가 향유할 수 있어야 하며 국민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필자는 2월13일자 이 지면에서 ‘도서관은 지역공동체의 플랫폼이다’라는 제목 하에 도서관의 역할을 민주시민 육성의 요람, 사회안전망, 평등원리의 구현, 문화공동체로서의 도서관이라고 썼다. 이는 모든 도서관에 적용되는 공통적 역할이다.
그러나 이에는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바로 어린이와 청소년에 대한 특별한 배려의 문제다. 책 읽는 습관은 어릴 때 형성된다는 점에 대해서는 더 말할 나위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남에는 성인도서관 한 켠에 겨우 어린이 청소년을 위한 작은 코너가 배치돼 있을 뿐이다. 어린이와 청소년에 대한 제대로 된 공간이 없는 실정이다. 필자의 주장은 여기서부터 비롯된다.
세상의 모든 어린이와 청소년은 밝게, 바르게, 자유롭게 자랄 권리를 갖는다. 온갖 새로운 것들에 이끌리고 신기한 것들에 매혹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어린이들에게 정당한 성장의 권리를 보장하고 꿈과 희망을 키울 기회의 평등을 확대해줘야 한다. 도서관은 그러한 기회를 보장해주는 좋은 수단이 될 수 있다. 도서관에서 아이들은 진정한 해방과 자유를 느낄 수 있다. 아이들을 줄 세우려는 경쟁의 장이 아니라 어린 영혼들이 맘 놓고 춤출 수 있는 즐거운 쉼터가 바로 어린이 청소년도서관이다.
이 공간에서는 바른 자세로 앉아 책을 읽을 필요도 없다. 아예 누워서 책을 봐도 된다. 여럿이 어울려 책 이야기를 떠들어도 되고, 혼자 조용히 책을 읽어도 좋다. 한마디로 멋대로 책을 골라 읽는 신나는 놀이터다. 어린이 청소년도서관에서는 일방적인 가르침을 경계할 것이며 경쟁이나 평가로 동기유발을 하지도 않아야 한다. 그저, 스스로 가슴이 뛰기를 기대하면서 주체적으로 꿈을 찾고 키워가기를 서로 응원할 것이다.
우리 해남에 어린이 청소년 도서관이 꼭 필요한 이유가 또 있다. 역설적이게도 오늘날의 교육은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사회적 재생산의 수단이 되고 있다. 한마디로 ‘개천에서 용 나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그런데 독서야말로 태생의 불평등을 넘어설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방법이다. 책을 통해 다른 세상을 알게 되고 넓은 세상을 경험하면서 삶의 내용을 다르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오늘날 불평등은 경제적 불평등에 한정되지 않고 문화적 불평등으로 이어진다. 흔히 교양이라 불리 우는 문화자본. 지배층이 문화자본을 통해 은밀하게 행사하는 폭력을 ‘상징적 폭력’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독서는 그런 상징적 폭력에 주눅 들지 않고 맞설 수 있는 대항적 문화자본을 만들어준다. 독서를 통한 교양의 형성은 단지 개인적으로 무엇을 안다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자체로 상징적 폭력 앞에서 자신을 방어할 수 있는 힘이 된다. 선행학습으로 찌든 대도시의 아이들보다 자연을 벗 삼아 살며 책을 읽는 아이들이 더 창의적이고 행복한 삶을 영위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의 아이들은 그렇게 키워져야 한다.
우리는 아이들이 자연과 인간을 함께 아끼고 모든 생명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공생의 윤리를 실천하는 사람으로 자랄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해남 어린이 청소년도서관은 우리 어린이들이 더불어 사는 길의 정의로움을 알고 실행하는 민주시민으로 자랄 수 있게 해 줄 것이다. 누구나 ‘꿈꿀 권리’를 누리는 세상! 평가나 경쟁에서 벗어나 함께 배우며 스스로 배움의 동기를 찾고 저마다 성장의 드라마를 만들어가는 어린이 청소년 도서관은 해남의 미래다.
※ 해남어린이청소년도서관 건립을 위한 추진위원회를 만들고자 합니다.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 함께하지 않으시렵니까? 어린이 청소년도서관 건립추진에 많은 관심과 참여 기다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