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영자(편집국장)

4월은 피의 달이라 했던가.
제주 4․3항쟁, 4․19혁명,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달이 4월이다.
제주 4․3항쟁은 미군정의 무능함에 대한 불만과 미곡정책의 실패, 친일 경찰의 미군정경찰로의 변신 등으로 촉발됐다. 진압과정에서 숱한 양민들이 희생당한 4․3항쟁은 이후 제주 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되기에 이른다.


4․19혁명은 이승만 정권의 장기 집권에 반대하며 민주적 절차에 의한 정권 교체를 요구한 항쟁이었다. 4․19로 이승만은 대통령에서 하야한다.
제주 4․3항쟁과 4․19혁명은 자각한 민중의 봉기였고 이러한 역사의 흐름은 5․18과 6․10항쟁으로 이어져 대한민국에 소중한 민주주의라는 열매를 맺게 한다.
그런데 IMF 이후 모든 것의 중심에 경제가 자리를 잡았다. 경제 대통령이 당선되고 4대강 사업이 추진됐다.


그리고 대한민국에 글로벌이라는 단어가 광범위하게 회자됐다. 글로벌 시대에선 약자가 설 땅이 없다. 강대국 중심으로 세계의 경제가 재편되는 것이 글로벌이다. 글로벌이라는 단어가 대한민국의 주요 이슈가 되고 그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경쟁이 우리 삶의 지표가 됐다. 
인권과 인간의 존엄성보단, 민주주의 소중한 가치보다 경제가 화두가 된 순간,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다.


4․3항쟁과 4․19혁명이 민중의 봉기였다면 세월호는 참사다.
세월호는 참사라는 점에서 4․3항쟁과 4․19혁명과 다르다. 그러나 우리라는 가치, 민주주의 가치, 그 어떤 것보다 인간 존엄성이 중요함을 일깨웠다는 점에선 같다.
세월호 참사는 역사를 가르는 분기점이 될 것이다. 민주주의와 사회 정의가 왜 중요한지를, 그 가치를 상실했을 때 사회가 담당해야 할 몫이 얼마나 크고 역사가 퇴보할 수 있음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후 역사를 기록하는 사람들은 세월호 참사 이전과 이후의 대한민국의 역사를 기록할 것이다. 
역사는 승자의 편이라고 하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역사는 끊임없이 해석되고 재평가된다.
또한 역사는 오늘을 살아가는 지표이자 방향점이다. 그러하기에 사관들은 역사를 집필하는데 있어 목숨과 바꾸기도 했다.


참사였던 세월호 이후 대규모적인 촛불집회가 전국 곳곳에서 열렸다. 1년이 넘게 같은 사건을 가지고 지속된 집회는 보기 드문 일이다. 그리고 촛불은 저항의 상징이 됐다. 작은 바람에도 쉬이 커지는 촛불 하나하나는 약한 민초들의 모습이다. 그러나 개개의 촛불이 모였을 때는 저항의 물결이 된다. 자각한 민중의 항쟁이 아닌 대형 참사가 저항의 물결이 됐다는 것은 세월호 참사가 지금의 대한민국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줬다는 결과다.


참사 1년, 이젠 그만 접자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세월호의 멈춤은 역사의 멈춤이다. 역사를 통해 배우는 것도 행동하는 양심만이 역사가 변화 발전한다는 것이다.  
4월을 잔인한 달, 피의 4월이라 말한다. 그러나 4월은 과제와 함께 교훈을 남긴 달이다.
너무도 혹독한 대가를 치른 교훈이지만 그 교훈은 영원히 안고 갈 우리의 과제다. 4월이 남긴 교훈과 과제를 상실했을 때 대한민국의 미래는 어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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