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지금 물신(物神)이 지배하는 맘몬의 시대, 신자유주의의 강을 건너고 있는 중이다. 1997년 우리는 IMF를 겪었다. 그로인해 물신의 지배는 더욱더 공고화됐고, 공동체는 빠른 속도로 해체되고 있으며 개인은 원자화돼가고 있다. 한마디로 모든 것이 불확실한 세상 속에서 각자도생의 길을 걷고 있는 중이다. IMF를 겪은 후 우리는 사회로부터 도태되지 않기 위해 ‘부자되세요’라는 말로 대표되는 ‘자기계발의 시대’를 맞이해 끊임없이 자신의 스펙을 쌓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였다.
그렇지만 사정은 별반 달라지지 않자 ‘힐링의 시대’로 접어든다. 이른바 멘토들로부터 ‘긍정의 힘’을 받아 자기 위안을 삼은 것이다. 그러나 어디 자기계발과 힐링으로 극복되어질 맘몬의 시대이던가? 자기계발과 힐링으로도 신분이 변하거나 정신적 치유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식하기 시작한 우리는 이젠 ‘근본으로 돌아가자’라는, 결국 삶의 가치의 복원, 공동체의 복원이 그 해법임을 깨닫기 시작했고, 그 답을 인문학에서 찾고자 하는 중이다. 이러한 배경이 ‘인문학 열풍’의 시대를 가져온 것이다.
그렇다면 인문학이란 무엇인가? 인간의 모든 것에 대한 관심, 삶에 대한 가치를 다루고 인간의 존재목적과 진리의 근원을 탐구하는 인간의 관계학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나는 누구인가? 어떻게 의미 있게 살아야 하는가를 탐구하며 자기성찰을 하게하는 학문의 총체인 것이다. 여기에 필자는 ‘다름’과 ‘틀림’을 구별하는 지혜를 주는 학문이라는 의미를 하나 더 추가 하고 싶다. 소외, 배제, 차별의 문제와 가장 폭력적인 단어인 ‘틀림’이라는 단어를 ‘다름’으로 인식할 수 있는 열쇠이며, 이세상은 혼자가 아닌 함께 사는 세상임을 깨닫는 것이 바로 인문학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다.
인문학의 목표는 ‘인문학적 교양을 가진 민주시민의 양성’, ‘따듯한 마을을 지닌 자본주의’의 실현과 인문학적 삶의 실천에 그 목표가 있다. 이 목표를 위해서는 당연히 책부터 읽어야 한다. 함께 책을 읽고 공부해야 한다 ‘함께 읽기’만이 각자의 개성을 최대한 발휘하며, 동시에 ‘나(자존)를 깨닫고 ’너(타자)‘를 이해하게 되면서 ’우리(공동체)라는 비전을 찾을 수 있다. 그리하여 ‘민주사회를 유지할 시민적 역량을 길러야 한다.
내가 다른 사람의 삶을 살 수 있다는 것, 다른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 이것이야말로 독서가 우리에게 주는 가장 특별한 혜택이다. 책 속에서 내가 아닌 다른 책을 읽는 일에는 경쟁이 끼어들 여지가 없다. 책을 통해 만나는 타인의 삶은 자신의 삶을 성찰하게 하는 사유의 우물이다. 책과 예술의 지혜로운 향유는 경쟁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능력을 기를 수 있게 도와준다.
인문학은 또 실천을 요구하는 학문이다. 독서를 통해 쌓은 인문학적 소양을 인문학적 삶으로 실천해야 하는 것이다. 프리모 레비의 소설 <지금이 아니면 언제?>의 말은 이렇다. “책은 읽고 난 다음엔 반드시 덮게. 모든 길은 책 바깥에 있으니까.”
요컨대 우리들에게 사유의 힘과 이 세상의 주인이자 존엄한 내가 인문학적 삶을 살게끔 해주는, 그래서 함께 손을 마주잡고 맘몬의 노예로부터 벗어나게 하고야 마는 그 무용함의 유용함을 가진 것이 바로 인문학인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