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에게도 자신들이 오랫동안 보아온 경관에 대한 행복추구권이 있다. 한때 우리는 삶의 질을 이야기했다. 지금은 공간의 질도 중요하게 대두됐다.
공간의 질이란 내가 살고 있는 주변의 쾌적함, 미적 감수성을 키워주는 자연경관 등이 모두 포함된다. 공간의 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그 속에서 사는 사람들을 최우선에 두고 배려하는 것이다. 일상적으로 대하는 주변의 경관은 사람들의 정서에 영향을 미친다. 황폐한 공간에서 사는 이들의 정서는 당연히 황폐함이고 쾌적하고 아름다운 경관은 풍부한 감수성을 키운다.
현산면 조산마을에선 30년 동안 규석광산이 개발 중이다. 광산개발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마을 자체 경관이 황폐화되고 있음을 말한다. 마을을 형성하는데 있어 뒷산은 중요하다. 배산임수라는 말이 있듯 산은 마을을 떠받치는 기둥역할을 하기에 마을은 산을 중심으로 형성된다. 뒷산이 받쳐주는 안정감, 마을을 감싸주는 포근함, 어릴적부터 알게 모르게 뒷산과 호흡하며 성장하고 생활한다. 그러한 산이 한 귀퉁이가 사라져 버리고 멀리서도 흉물스럽게 조망된다면 그건 주민들의 공간의 질을 앗아가 버리는 행위이다.
조산마을은 산세가 아름다워 농촌관광지로 개발되고 있다. 그런데 모양새가 우습게 됐다.
30년이라면 1세대를 의미한다. 길어도 너무 길다. 한마을 주민들의 공간의 질이 담긴 문제이다. 법적 잣대도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주민들의 행복추구권, 공간의 질을 생각해야 한다. 규석광산 개발이 계속해서 허용된다면 조산주민들의 반대운동도 계속될 것이다. 개발과 관련한 주민들의 반대운동에 대해 님비현상으로 치부해 버리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조산마을처럼 마을의 형태가 흉물스럽게 변하고 있는 것을 뻔히 보면서 가만히 앉아 있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개발보단 주민들의 행복추구권, 공간의 질이 먼저 고려돼야 할 곳이 현산면 조산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