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승배(인천 계산여고 교사)

평온했던 일상, 소소한 일상에 정을 주고 살아가려는데 그마저도 여의치 않습니다. 사스(중증급성호흡기 증후군) 때 보여준 노무현 정권의 모범적 매뉴얼이 있음에도, 지자체가 나서서 병원 공개 촉구와 시민 계몽을 하기 전까지 시간과 매뉴얼을 모두 놓쳐버린 것은 누구의 잘못일까요? 귀가 아프도록 들었던 ‘골든 타임’은 또 실종되고 메르스가 헤집던 한 달 동안 ‘이번 주가 고비’라는 둥 ‘진정세를 보인다’ 면서 사람이 죽고 격리되는 불안보다 그들은 자신들의 안위와 재벌 보호가 더 중요했던가 봅니다. 세월호 특조위를 조롱하듯, 없는 것보다 못한 시행령(대통령령)이 잘못돼 정상화하겠다고 나선 국회의 요청을 거부하네 마네 하다 메르스만 키워준 게 아닌가 생각하니 기가 막힙니다.


장관의 대면 보고를 언제 몇 번을 받았든, 예전에도 7시간의 행방이 묘연했으니 청문회 넘어가듯이 그냥  넘어가자고요? ‘중동 외교’를 강조할 즈음 매뉴얼은 보지도 않고 눈치만 보고 있다가 놓쳤다는 말도 참 그렇습니다. 법과 국민의 생명보다 상관의 심기가 그렇게 중요하다고 봤으니 이 나라에 무슨 일이든 그런 식이겠지요.


메르스를 생각하니 잘 모르긴 해도 국회와 검찰, 사법부와 언론 등을 숙주로 살아가는 그 무엇이 있을 것 같습니다. 그 무엇이란 게 아마도 정당한 생존권을 요구하는 노동자를 잡고 말이 안 되는 시행령으로 세월호를 묻히고 국제적으로 보편화된 교원노조까지 없애려는 것 아닐까요? 국회 상임위원장 급들은 한 달 수천 만원의 수당을 꼭꼭 챙겨쓰고 국민의 혈세로 받을 대통령의 한 달 연금 수령액은 한 푼 깎지 않은 1400만원인가요? 아무튼, 이제껏 허상 속의 일류로 군림해온 대형 병원의 오만과 부실함도 함께 밝혀야 하지요.


세월호와 메르스, ‘가만히 있으라’고, 다음에 진상 밝히자고 했지만 좀 다른 점도 있어요. 더 이상 감추고 싶어도 감출 수 없는 감염의 속성 때문에 늦었지만 언론들도 공멸의 위기를 느끼고 하루하루 메르스의 경로와 위세를 확인시켜 주는데요. 국회와 사법부와 언론 그 한 곳이라도 제대로 기능이 작동한다면 뿌리 뽑혀가는 풀들과 민주주의에도 희망이 있겠지요. 우리가 사는 공간 어떤 곳도 다르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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