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영자(편집국장)

민주적 운영이란 어떤 결정을 할 때 타인의 의견을 듣는 것이다. 그러나 의견을 내놓은 이가 아무런 준비와 대안 없이 의견을 묻는 것은 결코 민주적 운영도 절차도 아니다. 사회에 리더가 필요한 것은 어떤 사안에 대해 대안을 제시하라는 의미이고 민주적 운영은 그 대안을 더 풍부히, 내실을 기하기 위함을 의미한다. 아무런 의견과 대안없이 타인들에게 결정하라는 것은 오히려 무질서만 불러일으킨다. 지금 해남군의 청사신축 장소 운운이 그것이다. 긁어 부스럼, 안 할 일을 괜히 한 것이다. 


한때 우리 사회는 시설공화국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각 지자체간 우후죽순 시설물 짓기 경쟁이 뜨거웠다. 철저히 시설위주의 관광정책이 범람했던 시기였다. 그러나 지금은 관광패턴이 변해도 너무 변했다. 그런데도 해남군은 여전히 시설위주의 관광정책이 배짱 좋게 진행되고 있다. 규모도 60억, 80억, 240억 등 이러한 공사들이 하도 많이 진행되기에 이젠 액수에도 무감각해져 버렸다.


능력이 안 된 사람이 부지런하고 일을 벌이기 좋아하면 될 일도 안 된다는 속된 이야기가 있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라고 해도 그것을 풀어낼 능력과 감수성이 없으면 가만있는 게 낫다는 말이다. 괜히 일을 저질러 놓으면 그 해결은 고사하고 골칫거리만 남긴다.
해남군 공무원들이 일을 하지 않는다고 비판에 앞서 정말 일을 안 했으면 좋겠다.

오히려 가만있다 그것을 할 인물이 오면 그때 하는 것이 더 낫다. 큰 건물이니 큰 프로젝트니 하는 것보단 전임자들이 만들어 놓은 사업일지라도 가능성이 없는 일은 과감히 포기하는 배짱이 오히려 필요하다.


우린 너무 장밋빛 청사진에 익숙해져 있다. 화원관광단지에서부터 J프로젝트, 땅끝황토나라테마촌, 100억이 투입된 해남천 공사, 사구미 미국인촌 등 돈만 많이 투자되면 엄청난 미래가 열릴 것처럼 들떴다. 하지만 남은 게 무엇인가. 현재 고천암 생태공원화 사업에도 220억원이 투입된다. 220억원 중 군비투입만 120억원이다. 과연 이후 고천암에 장밋빛 청사진이 펼쳐질까.


최근에도 수십억이 투입되는 시설공사는 계속됐다. 서쪽 땅끝 바닷가에 22억원의 데크시설, 14억원이 들어간 땅끝마을 희망공원 등 그러나 군민들은 그것이 있는 것조차 모른다. 지금도 수십억 공사비가 들어가는 갖가지 용역이 진행 중이다.
해남군에서 무엇을 한다고 발표하면, 무슨 용역을 발주한다고 하면 솔직히 겁부터 난다. 국비를 많이 확보하는 것이 절대 좋지는 않다. 국비 확보에는 당연히 군비가 투입된다. 투입된 만큼 우리의 삶에 변화가 있는가. 우리들이 누릴 공간의 질이 확장됐는가. 


작은 일을 잘하는 사람이 큰일도 잘한다는 말이 있다. 해남 곳곳을 보자. 인도 풀하나 정리하지 못하고 인도 관리도 엉망이다. 도심을 아름답게 꾸미는 일에도 돈 들여 이질적인 화분이나 가져다 놓고 도로변 나무 관리도 안 된다.


군민의 생명과 관련된 도로정책에도 무심하다. 모든지 단숨에 해결하는 일만, 용역에만 의존하는 일만 선택한다. 조금 선진화된 지자체를 가보면 거리의 화분 하나. 인도정책 하나 다르다. 관심만 가지면 가능한 일이다. 정작 이러한 일엔 무심하면서 왜 그리 대형 프로젝트에만 열심인지 모르겠다.
제발 이젠 일을 하지 말라고 말리고 싶다. 그냥 놔두는 게 해남군에 도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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