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석천(전 해남동초 교사)

벌써 20여년 전, 일본 여행길에서 가이드에게 들었던 이야기입니다. 당시엔 일본의 쏘니(sony)를 비롯한 전자제품이 세계 시장을 선점하고 있었던 시대였기에 아마 일본의 전성기가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저들은 스스로를 ‘일등 국민’이라고 말합니다. 국가가 국민의 자존심을 세워주기에 저들 스스로 ‘일등국민’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으며 다른 나라 제품도 사용하지 않는답니다.”
나중 자료들을 찾아보니 일본은 ‘대 일본제국의 일등국민’이라는 말을 전략적으로 사용했던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마음속의 ‘반일 감정’에도 불구하고 자국민의 자존심을 세워주는 나라 그리고 자신들의 나라를 최고로 여기는 일본 국민들의 모습이 색다르게 느껴졌습니다.
시간이 흐른 후, 우리나라의 위상이 선진국 대열에 합류했다고들 합니다. 어떤 이들의 말에 의하면 ‘선진국 대열에 들어선 후진국’이라고도 합니다.


선진국의 판별식이 어떤 건지는 모르겠지만 선진국으로서의 컨텐츠를 갖춘 나라겠지요. 정치가 민주적이고 경제가 어느 정도의 수위에 올라가고 소득의 재분배가 이뤄지며 법의 집행이 공정하고 평등한 나라,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나라, 결코 정도(正道)를 벗어나거나 다양성의 화음을 깨지 않는 곳, 문제가 발생하면 편법이나 감정이 아닌 정직과 이성을 바탕으로 원칙대로 사태를 해결하는 그래서 국민이 행복감을 느끼고 국가에 대한 신뢰와 자긍심을  갖는 나라겠지요.


광복 70년을 맞아 행자부는 태극기 사랑 70일 운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태극기 사랑을 통해 나라를 사랑하는 모습을 보이자는 것이지요.
행자부의 포스터입니다.
‘광복 70년. 태극기 사랑 70일 운동으로 대한민국 사랑을 보여주세요.’
애국심은 한 나라의 국민이라면 당연히 가져야 할 가치요 규범입니다. 과거와는 달리 한 개인의 가치를 중요시하는 오늘날, 애국심은 강요에 의해서나 어떤 운동에 의해서 생겨나는 것이라기보다는 국가와 국민의 관계 속에서 길러집니다. 국민의 인권을 존중하고 안전을 보장하며 질서를 세우고 경제를 윤택하게 해 국민의 가슴 속에 ‘우리나라 좋은 나라’라는 이미지를 심는다면 애국심은 저절로 새겨지게 될 것입니다. 


심리학자 매슬로우는 인간의 욕구를 5단계로 구분했습니다. 생리적 욕구, 안전의 욕구, 사회적 욕구, 존경받을 욕구, 자아실현의 욕구가 그 단계입니다.
이런 인간의 가장 기본적 욕구가 채워진 이후에야 그것이 사회적 욕구로 이어지고 윗 단계로 차근차근 밟아 올라가게 된다는 이론입니다.


우리나라의 현실을 냉정히 판단해 보면 생리적 욕구는 일찍이 해결됐다지만 다음 단계인 안전의 문제부터는 아직도 먼 나라 이야기 같습니다. 세월호 사건, 메르스 대처 상황 외에도  허언(虛言)과 국민들을 실망시키는 일들은 얼마나 많은가요?
애국이라는 것이 유형적인 차원을 넘어 비물질적, 무형적 차원까지를 포함한다고 본다면 형식도 중요하지만 국가에 대한 자긍심은 더 중요하지 않을까요?


공무원 면접에 ‘애국가 4절을 불러보라’, ‘국가에 대한 맹세를 외워봐라’, ‘태극기 사괘가 무엇이냐’ 등의 질문이 등장했답니다. 오래 전, 70년대에 행정직 공무원 시험을 치를 때 ‘유신’의 의미를 묻던 때가 있었는데.
‘애국’을 외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애국운동의 모습이 지금처럼 규격화된 하향식 운동이어야 하는지 그리고 국민이 바라보는 국가의 모습은 어떠한 상황인지를 태극기 달기 운동과 함께 한 번쯤은 생각해볼 일입니다. 나라 사랑과 태극기 달기 운동 그 사이가 어쩐지 허전합니다.
저는 8월15일에는 태극기를 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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