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슬재가 바쁩니다. 선거철이기 때문입니다.
선거철만 되면 해남에 살고 있는 내가 미개인인가라는 자문을 해봅니다.
많은 이들이 우슬재를 넘어 해남 땅을 밟습니다. 유권자들에게 너무도 살갑게 대합니다.
해남을 위해 모든 것을 해줄 약속도 합니다.
그러나 선거가 끝나면 다시는 해남땅을 밟지 않을 듯 우슬재를 넘습니다. 매번 반복되는 풍경이라 우린 또 그러려니 지나치지만 씁쓸한 것만은 사실입니다.
물론 지역에 살고 있고 쭉 자란 사람을 선택의 기준으로 삼자는 것은 아닙니다. 우물 안 개구리로 살고 싶지 않은 것은 모두의 마음이기 때문이지요.
그가 어디서 살고 자랐는지는 선택의 기준이 될 수 없습니다. 지역성을 놓고 선택할 만큼 우린 우매하지도 않지요.
선거 후의 진정성을 말하고 싶은 겁니다. 지역에 있다 보면 대도시서 살고 온, 또는 잠시 해남 땅에 온 이들의 사고를 접합니다.
뭔가 가르치려 하고 지적하려 하고 비교하려 하고 도움이 아닌 시혜의 시각으로 우리를 대합니다. 왜 유독 농촌에 오면 선민의식을 보이려 하는지.
선거철에도 마찬가지입니다. 해남 사람들은 나 정도의 사람은 선택하겠지라는 생각, 선택을 받지 못했을 때 보여주는 이후의 행동, 바보가 된 느낌, 저만 느낄까요.
피선거권은 누구나 갖기에 그 권한에 대해 논할 수는 없습니다. 특히 지역이 아닌 국정을 살피고 법을 제정하는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총선은 더 지역성을 논할 순 없습니다.
넓은 세계에서 살다 넓은 세계를 경험한 이가 더 큰일을 하는 예는 숱하게 봤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선거를 위해 누군가 우슬재를 넘어왔다고 비판할 이유는 없습니다.
다만 지역을 지키고 이곳을 더 아름답고 살기 좋은 곳으로 가꾸려는 우리를 존중해 달라는 것입니다.
사람이 하는 행위는 그저 스쳐가는 바람이 아닙니다. 반드시 타인에게 흔적을 남기는 법이지요.
선거란 한 개인의 영달을 위한 행위도 아니며 우리들의 삶, 나의 삶을 책임질 이를 선택하는 일입니다. 출마하는 사람도 유권자들도 모두 신중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내년 치뤄질 총선 이후의 모습은 어떨까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우슬재를 넘을 이들이 또 있을까요. 그리고 다시 4년 후….
선거 때 보여주는 고향 사랑 열정, 지역민에 대한 약속, 평소에는 안될까요. 선거가 끝난 후에도 말입니다. 우린 진정성을 보고 싶은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