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영자(편집국장)

지금도 도로확장 공사가 먹히는 시대인가.
한때 선거철만 되면 각 후보들의 공약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것이 어디어디 도로를 확장한다였다. 도로가 넓혀지면 지역이 발전하는가.
그동안 후보들이 제시한 공약대로라면 해남군은 정말 부자 동네가 됐을 것이다. 물류비 얼마 절약, 관광객 수 얼마 증가 등. 그러나 정작 완도, 진도 4차선 도로 확장 후 관광객 수가 늘었는가. 물류비 절약 구호는 해남에 공동화 현상만 남겼다. 사람이든 자동차든 다니는 길에 부가 생긴다. 텅빈 길은 공동화의 상처만 남는다. 옥천~도암 도로를 선형을 변경한 2차선으로 하겠다는 안이 발표됐다. 내년 총선을 얼마 남겨놓지 않는 시기에 내놓은 안이라 씁쓸하다. 


해남읍에서 대흥사까지 4차선으로 확장하겠다는 안도 있다. 아무리 국비가 투입된다고 해도 타당성이 있는 계획인가. 해남읍도 도로 천국이 됐다. 모든 골목길마다 길을 확장하는 바람에 그야말로 차량 중심의 해남읍이 돼 버렸다. 도심은 사람들이 걸어야 활기가 있고 상가도 산다. 도로의 발달은 대도시로의 부의 유출을 의미하며 해남읍처럼 작은 도시에서도 대형 상가만이 살아남는다.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는 새로움보단 기존의 것을 활용한 도시재생에 힘을 쏟는다. 도시재생이란 그 도심에 사는 모든 이들이 함께 부를 누리며 살아야 한다는 철학이 녹아있다. 구도심을 활성화시키고 골목상권을 살리자는 것도 모두 도심재생의 일환이다. 이번 익산청이 제시한 옥천~강진 도암 도로는 옥천 영춘소재지를 벗어난다. 이는 옥천 소재지의 공동화 현상으로 이어진다.


현재 옥천~강진 도암 도로는 2차선이다. 2차선인데도 옥천 성산과 향촌마을 앞은 교통사고 위험이 높은 곳이다. 그런데 이곳 구간 도로를 직선으로 뻥 뚫겠다는 것이다. 정작 옥천에서 농사짓고 사는 주민들은 안중에도 없는 도로계획안이다.
과연 2차선인 이 구간을 선형을 변경하면서까지 다시 할 필요가 있는가. 이 구간에 가장 필요한 것은 농기계 전용도로이다.


해남에는 새로운 길보다, 넓디넓은 확장된 길보다 사람과 자전거, 농기계가 다닐 수 있는 길이 필요하다. 인간의 생명이 존중되는 길에는 그리 무심하면서 뻥뻥 뚫리는 길에는 왜 그리 혈안인지. 너무도 후진적인 정책이 아닌가. 광주~완도간 고속도로도 마찬가지다. 이미 남창까지 시원한 4차선이 있는데도 한때 고속도로 이야기가 나왔다. 완도와 진도간 4차선 도로로 해남읍과 진도방향, 남창방면 상가들은 심각한 공동화 현상을 빚고 있다. 도로 신설을 고민할 때는 그 길을 벗어나는 상권을 생각해야 한다. 또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안전이 먼저 고려돼야 한다.
옥천 주민들은 옥천~도암간 도로를 양치기 도로, 선거용 도로라고 말한다. 숱한 후보들마다 이곳 도로를 확장하겠다고 입버릇처럼 밝혔다. 주민들도 어느순  4차선이 돼야 한다며 옥천면의 숙원사업처럼 여겨왔다. 


그러나 이젠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4차선이든 2차선이든 타당성이 있는가. 인간의 생명을 담보로 할 만큼, 위험한 길을 곁에 낀 채 살아야 할 만큼 경제성이 있는가를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또 얼마나 편리한 공약인가. 한 지역을 어떻게 디자인하고 이미지화 할 것인가. 해남이 가지고 있는 농업의 가치를 극대화시킬 산업에 대한 고민보단 도로 하나 내겠다는 공약처럼 쉬운 것이 어디 있겠는가.
내년 총선에 나온 후보 중 도로를 확장하고 신설하겠다는 후보에 대해선 도로에 대한 타당성 보단 그 후보에 대한 타당성 검증, 비전 검증을 더 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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