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퇴하는 재래시장, 소비패턴 읽으면 답이 보인다


우리의 재래시장은 위기에 직면해 있다. 평균 휴무일이 6일 이상 지속되는 이른바 죽어가는 시장이 전체의 30%를 차지하고 있고, 개점 휴업상태의 재래시장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현재 재래시장은 대기업과 대형마트의 틈바구니 속에서 유통구조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급속히 쇠퇴하고 있다.

최근 우리 사회는 소비패턴의 변화, 경쟁업체의 출현 및 유통산업의 발전 등 급속한 사회변화를 겪고 있는데 반해 재래시장은 이러한 변화에 대처하지 못하고 독자적인 적응능력을 키워나가지 못하고 있다.

먼저 열악한 시장내부 환경이다. 환풍에서부터 악취, 어두운 조명시설, 비위생적인 공간 활용, 점포시설의 노후화, 부족한 편의시설 등 열악한 시장내부 환경은 소비자들의 구매에 불편을 주고 있다.

반면 서울 남대문시장과 동대문시장은 과거 화재위험성을 수반하고 있었지만 화재에 대비한 재건축을 통해 조금씩 시장경제의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주차장 시설의 부족이다. 주차 시설의 부재는 상권에 큰 영향을 미친다. 주차장이 부족하다는 것은 소비자가 찾아올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는 결과를 낳기도 하며, 상대적으로 주차장 시설이 잘 갖추어진 대형마트와의 경쟁력에서도 뒤쳐질 수밖에 없다. 매장시설의 전근대성도 문제다. 재래시장 매장 대부분은 영구적인 칸막이가 돼 있어 고객들이 필요한 상품을 구입하기 위해서는 시장 전체를 둘러봐야 하는 어려움이 따른다. 또한 점포와 점포사이의 통로 폭이 좁아 백화점과 같은 카트를 가지고 다닐 수가 없고 바닥이 고르지 못해 통행하는데 많은 불편함을 주고 있다.

쇼핑은 생활에 필요한 상품을 구입하는 행동이지만 동시에 소비자에게는 즐거움을 소비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즉 쇼핑을 유쾌한 행동으로 인식하는 계층에게는 여전히 쇼핑시설의 쾌적성과 편의시설이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다. 냉난방 시설 및 유아놀이시설, 무료휴게실 등의 부족은 소비자들이 시장에 오랜 시간 체류할 수 없게 만드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

재래시장의 운영도 문제로 꼽을 수 있다. 먼저 상인의 영세성이다. 영세한 자본력과 생업위주의 경영방식은 소매마진을 높이고 부당한 판매가격을 설정해 가격표시제의 실시를 어렵게 만든다. 또한 시장 활성화를 위한 재투자를 전혀 기대할 수 없다. 두 번째는 소비자의 구매행태 변화를 들 수 있다. 소비자의 구매행태를 분석한다는 것은 제품디자인, 가격, 분배경로의 선택 그리고 의사전달 전략을 이해하는 것이다. 소비자들은 인터넷과 스마트 폰 등을 통한 소비 정보들로 전략적인 소비 방법을 모색한다. 생산자들은 소비자의 상품구색에 맞는 디자인이나 진열, 판촉행사 등을 통해 소비자 구매 문화를 이해하고 받아들인다.

그러나 재래시장은 아직까지 소비자들의 취향 및 구매행태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세 번째는 가격표시제 미정착과 가격불신을 들 수 있다. 재래시장은 아직까지 상인과 소비자의 흥정으로 가격이 결정되고 있다. 또 점포마다 다른 가격 책정으로 인해 구매혼란을 야기하고 있어 상품에 대한 경쟁력도 현저히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네 번째로는 미흡한 판촉행사를 들 수 있다. 전통시장에서는 전단지나 매체를 통한 광고를 찾아볼 수 없으며 대량생산을 통한 이윤이 아니라 생업을 목표로 한 영세 상인들에게는 다양한 할인행사 및 경품행사 등도 불가능하다.

지역 환경적인 측면도 많은 문제점이 있다. 도시개발 계획 등으로 인해 상권 중심지에 형성된 시장임에도 불구하고 슬럼지대로 변화하고 있는가 하면, 신축 건물들이 재래시장을 피해 형성되고 있다.

전남과 광주권에 형성돼 있는 성공적인 5일장 운영 사례를 조사하고 직접 견학하면서 그 해결방안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답을 얻을 수가 있었다. 첫 번째로 찾아간 목포 청호시장의 경우 입구에서부터 대형 주차장을 찾아 볼 수가 있다. 간판 또는 바닥포장이 다른 재래시장들보다 말끔하게 정리돼 있어 시장입구에서부터 안내표시판을 통해 구입품목을 쉽고 빠르게 찾아 갈 수 있다. 또한 가구시장을 특화해 혼수전문시장으로 탈바꿈할 계획을 세우고 있을 만큼 소비자들의 소비성향을 분석하고 특화된 상품가치를 통해 시장전체의 이미지를 개선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정남진 장흥토요시장은 현대화된 시설과 지역 상인들의 의식개선으로 인해 전통시장으로서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정부 및 지자체에서 총 75억원이라는 막대한 경제적 예산을 지원받고 공연장, 쉼터, 특산품 판매장 등 다양한 볼거리로 소비자들을 위한 공간을 마련하고 있다. 또한 각종 매체 및 언론 등의 광고 효과를 통해 장흥 ‘삼합’이라고 하는 상품을 홍보하고 이를 통해 많은 이익을 창출하면서 지역 이미지 개선에도 큰 도움을 주고 있다. 광주 양동 복개상가는 동업종별 집적의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공간활용이 뛰어났다. 생산과 서비스 등 시장연계성이 확보돼 특화된 상품 거리가 존재할 만큼 재래시장으로서 큰 성과를 거두고 있는 곳이었다. 또한 신용카드 거래 활성화를 통해 현대인들의 소비문화를 받아들이고 있었으며 현대화된 내부구조와 통일된 간판은 시각적으로도 큰 효과를 얻고 시장 활성화에 일조하고 있었다.

광주 대인시장은 현대화된 천정과 세련된 간판, 그리고 지역 축제와 연계해 예술의 거리에 문화공간을 마련하고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볼거리와 휴식처를 제공하고 있는 점이 인상 깊었다. 또한 쇼핑의 편리성을 높이기 위해 쇼핑카트를 대여해주거나 사용할 수 있게 해준 점들은 소비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으며 인기시장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었다.

전통시장의 활성화 방안은 시설 및 운영에 대한 개선, 그리고 시장 상인들의 의식개선이 가장 우선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역의 이미지를 창출하고 장소마케팅을 통한 지역 경제 활성화를 이뤄내는 것에 지자체의 초점이 맞춰져 있다.

푸근한 인심과 정겨운 고향의 분위기, 따스함과 왁자지껄하고 사람 냄새나는 전통시장의 이미지는 반드시 지켜가야 할 것들이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더 편하고 깨끗하고 간편한 소비와 서비스를 원한다. 상인들의 서비스 마인드 개선과 교육을 통한 인식전환, 지자체에서의 적극적인 투자, 지역 주민들의 끊임없는 관심과 참여가 절실히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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