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영자(편집국장)

지난 11일 열린 군의회 임시회의 군정질의 답변에서 박철환 군수는 공무원 근평과 관련한 사과성 발언을 또 한 번 놓쳤다는 평가를 받게 됐다.
공무원 근평순위 변경과 관련해 감사원 감사결과가 발표됐을 때 박 군수의 입장 표명이 있을 것으로 대부분 기대했다. 그러나 박 군수의 입장 표명은 없었다. 지난 11일 군의회 임시회 석상에서 김주환 의원이 근평 관련 질문을 했을 때도 사과든 유감이든 군민들의 마음을 달랠 발언을 했어야 했는데도 또 한 번의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공무원 근평 순위 변경은 그동안 관례적으로 해왔다는 게 보편적인 이야기다. 다만 전산 입력 작업이 달랐을 뿐이다. 역대 공무원 인사는 서류상 서열을 완료한 후 전산에 입력한 반면 박 군수 임기 때는 그때그때의 변경 과정을 전산에 입력함으로서 기록을 남기고 만 것이다. 인사 실무자들의 착오이든 경험 부족이던 간에 전산에 기록을 남겼다는 것 자체가 하나의 물증을 남긴 결과를 초래한 셈이다.


또 근평 순위 변경이 관례적으로 행해졌다고 해도 이것이 감사원 결과로 드러났을 때는 상황이 달라지게 된다. 공무원이나 군민들이 받아들이는 체감정도가 너무도 다르다는 것이다.
특히 박 군수는 청렴을 가장 강조한 군수였고 재선까지 성공한 이유도 군민들이 청렴성을 믿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에서인지 공무원 근평 관련 일련의 여론은 쉬이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는 근평과 관련해 군민들의 관심이 그만큼 높다는 것을 의미하고 군민이 느끼는 관심과 허탈의 체감정도를 박 군수가 느끼지 못하고 있음을 뜻한다.


이날 김주환 의원은 감사원 결과에 대해 공직자들과 군민에게 하고 싶은 말은 있는지를 물었다. 박 군수가 근평 관련 발언을 할 수 있도록 자리를 깔아준 질문인 셈이다. 그런데 박 군수는 잘못했다는 직접적인 표현이 아니더라도 유감이다, 다시는 이러한 일이 없도록 할 것이니 믿어달라, 지켜봐달라는 발언정도는 했어야 했다. 그러나 이날 박 군수는 김주환 의원에게 공직생활을 했으니 알 것 아니냐, 문제 있는 공무원을 어떻게 승진시키느냐고 답변했다. 질문의 핵심은 이러한 사태까지 이르게 된것에 대한 군수의 입장을 묻는 것이었다. 그러나 박 군수는 근평순위 결정은 읍면장과 실장과의 권한이고 인사권자도 의견을 개진할 규정이 있다는 답변을 했다.


감사원은 근평순위 결정에 있어 지자체장의 권한이 없다는 전제하에 조사를 했고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나 박 군수는 인사권자도 의견을 개진할 법적 규정이 있다고 밝혔다. 박 군수의 주장대로라면 감사원이 무리한 감사를 했다는 결과가 나온다. 박 군수의 주장이 옳다고 한다면 인사권자가 근평 순위 결정에 있어 어느 범위, 어느 수위까지 관여할 수 있느냐가 문제로 남는다. 감사원은 박 군수가 근평 순위변경을 직접 지시했고 작성한 서류를 인사 실무자가 파기했다고 적시했다.
공무원 근평순위 변경과 관련해 감사원 감사 결과 이후 다른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길 기대하는 군민들은 없을 것이다.


다만 관례적으로 진행돼 왔다고 해도 다시는 이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를 강화하고 감사원 감사결과가 발표되는 데까지 이른 점에 대한 박 군수의 입장 표명이 있어야 했다는 것이다.
가수 나훈아는 7년 전 기자회견 자리에서 바지를 내리는 퍼포먼스를 했다. 항간에 떠도는 온갖 소문에 대해 그는 바지를 내리는 행위로 시청자와 관객을 놀라게 했다. 그러나 그 행위는 그동안 그에게 쏟아졌던 모든 의혹과 소문을 일시에 잠재워버리는 효과를 발휘했다. 진위여부를 떠나 오죽하면, 오죽 억울하면 저렇게까지 할까라는 동정까지 얻었다. 정공법, 극단적인 표현일지라도 정공법은 일시에 여론을 잠재우거나 돌아오게 한다. 감사원 감사가 발표됐을 때 입장을 밝혔더라면 지금껏 공무원 근평문제가 지역사회 여론의 중심에 서 있지 않았을 것이다. 그것이 너무도 안타깝다.

한편 이번 공무원 근평순위 변경과 관련해 당시 인사실무자 3명은 오는 19일 전남도에 호출된 상태이다. 전남도의 중징계방침이 어느 수위에 그칠지는 미지수다. 이들 인사실무자들은 징계수위에 따라 법적 소송을 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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