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재희(북멘토)

지역문화운동이란 바로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스스로 삶의 가치를 높이며 더불어 살아가기 위한 문화적 권리를 찾는 일이라 할 수 있다. ‘더불어 살아가기 위한 분위기를 생성하는 것’을 우리는 문화라 하며 문화를 생성하는 주체는 지역에서 살고 있는 시민이다. 시민들은 스스로 문화적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있다. 아직까지는 여러모로 미흡하지만 지방자치제도가 자리를 잡아가면서, 민주주의가 정치에서뿐 아니라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부분에서 자리를 잡아가기 위한 노력들이 지속되고 있다. 그렇지만 정치적인 민주주의도 중앙정치의 폐해가 지역화 되는 역기능을 나타내고 있듯이 지방화시대가 아직은 내용적으로 많은 과제와 한계를 지니고 있다.

특히 문화 분야에 있어서 지방화는 매우 불균등할 뿐 아니라 여전히 중앙 중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역의 경우 경제적 낙후에 비해 문화적인 낙후는 훨씬 그 정도가 심하다. 지방자치단체들도 지역마다 차이가 있지만 문화 관련 예산은 전체규모에서 항상 뒷전이며 그나마도 자치단체장의 업적과시를 위한 일회성 행사에 집중되기 일쑤이다. 지역주민들도 문화에 대해 소외감을 느끼면서도 문화에 대한 절박함보다는 지역개발이나 경제문제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사실이다.


우리는 흔히 권력의 중앙 집중, 문화의 중앙 집중을 비판하면서 권력이 분화돼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권력의 분화는 중앙에서 나눠 줘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지역에서 만들어 내야 하는 것이듯, 제대로 된 지역문화를 우리 스스로 주체적으로 창출해 내야만 진정한 문화의 지방분권화가 이뤄지는 것이다. 우리 해남에서는 올 한 해 동안 어떠한 활동들이 있어왔을까 한 번 되짚어 보자.


먼저 들 수 있는 것이 행촌미술관의 ‘남도풍류 만화방창’ 프로젝트다. 덕분에 우리는 전국 유명작가들이 바로 우리지역을 그린 작품들을 거의 일 년 내내 해남 곳곳에서 관람할 수 있는 안복을 누렸다. 둘째, 초여름 해남시민들의 자발적 힘으로 ‘제1회 군민초대전-조선미 클레이아트 전’을 성황리에 치러냈으며, 세 번째로 두륜중학교 정춘자 선생님이 집필한 여성다큐동학소설 ‘피어라 꽃 - 해남 진도 제주 편’ 출판 펀딩에 해남시민들이 대거 참여해 얼마 전 책으로 출판됐다. 네 번째로 8월에는 최초로 해남군민들이 강단에 서는 해남시민 TED를 성공적으로 치러내 해남 인문학의 수준을 과시했으며, 오늘 20일 개막하는 국전초대작가 ‘명천식 서화작품전시회’ 또한 해남의 문화수준을 한 단계 높여주는 전시라고 할 수 있다. 파격적이게도 작품 도록을 달력으로 제작해 일 년 내내 그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오늘자 해남우리신문에 실린 김경윤 시집 ‘바람의 사원’ 출간에 맞춰 해남군민들의 자발적인 축하광고는 또한 해남시민들의 의식수준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며 또, 며칠 후 시내의 한 북카페에서는 이의영 작가가 일 년 동안 북카페에 드나드는 손님들을 드로잉한 전시가 열리게 된다. 이외에도 필자가 미처 언급하지 못한 문화운동들이 무수히 많다.


필자는 해남시민의 자발적이고 주체적인 문화운동이 들불처럼 번지고 만개해가는 한 해가 바로 올해였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는 이 문화를 어떻게 유지 발전시켜나가야 할 것인가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지역문화운동의 발전을 위해서는 문화만을 고집하며 그 안에 안주하는 문화주의를 벗어나 모든 시민과 함께 할 수 있도록 대중 속에 뛰어들어야 한다. 또한 지역과 중앙을 대립적으로 여기는 과도한 피해의식도 탈피하면서 지역문화의 소박함을 풀뿌리 삼아 열린 문화운동으로 자기 스스로를 소중하게 여기는 자세가 필요하다. 가장 지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고 하지 않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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