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재희(북 멘토)

동국대학교 한 학생이 단식을 하고 있다는 소식이 서울로부터 전해졌다. 그 날짜가 하루하루 늘더니 오늘로서 50일째를 맞이하고 있다. 지금 당장 단식을 멈추어도 장기나 뇌 손상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하는데, 결단을 내려야할 사람은 꿈쩍도 않고 있다.
그 학생 김건중이 목숨을 걸고 호소하는 것은 자신의 어떤 이득 때문도 아니고, 자신이 부총학생회장을 맡고 있는 학교를 위한 결단이었다. 그는 이사장 스님과 총장 스님이 자리를 지키는 것이 불교정신을 바탕으로 한 동국대의 건학이념과 교육목적을 위협하고 있다는 판단에 자신의 목숨을 걸고, 이사장 스님과 총장 스님의 퇴진을 요구한 것이다.


사실 현 동국대 이사장 스님과 총장 스님의 행태는 우려스럽다. 총장 스님은 논문을 표절했다는 판정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5월 총장으로 임명됐고, 이사장 스님은 자신이 주지로 있던 절에서 문화재인 탱화를 훔쳤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더 괴이쩍은 것은 조계종 총무원장까지 나서 지난해 12월 총장후보자추천위에서 다수표를 받은 당시 총장 등 다른 후보들을 사퇴시키고, 자신의 총무원장 후보시절 선거대책위원장이던 스님을 총장으로 사실상 지명한 것이다.


이 사안의 단초는 종단이 대학의 자율성을 침해하면서 출발한 데에 있다. 문제의 핵심은 도덕성의 문제였다. 요컨대 보는 관점에 따라서, 또는 처해 있는 위치에 따라서 의견이 갈리는 상황일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단식중인 학생에게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상황이 돼버렸고, 교수들과 직원들도 김건중 학생의 단식에 동참했다. 급기야 지난달 30일에는 동국대 이사인 미산 스님과 미황사 금강 스님, 일지암 법인 스님까지 사태의 엄중함에 걱정 어린 시선을 보내다가 단식 시위에 들어갔다.


불교는 근본적으로 자비의 종교이며, 자비의 기본은 바로 생명을 존중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마침 이번 논란의 중심에 선 이사장 스님은 생명나눔실천운동본부를 이끌고 있다. 생명나눔실천운동본부에서는 생명을 살리기 위한 행동들을 촉구하고 있으며, 특히 장기기증 서약 운동은 널리 알려져 있다. 필자 또한 그 단체의 회원으로서 단체가 추구하는 가치에 지지를 보내고 있으며, 필자의 가족까지 모두 장기기증 서약에 참여하는 등 행동에도 함께 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 한 생명의 불꽃이 꺼져가고, 또 다른 생명이 투신까지 예고했다. 그런데 당사자인 이사장 스님과 총장 스님은 아무런 응답이 없다. 우리는 오래 전부터 정치나 시민사회에서 단식 등 목숨을 건 투쟁을 여러 차례 목도해온바 있지만 이처럼 생명에 대한 우려를 상실한 경우를 본 적이 없다. 더군다나 많은 갈등에서 자비의 정신과 생명에 대한 진심 어린 걱정을 행해 온 스님들의 외면은 더욱이 어색한 일이다. 진정 많은 이들이 믿는 것처럼 스님이 생명나눔을 존중하는 분이라면, 장기를 나누는 것만큼 지금 당장 죽어가는 또는 죽어갈 위험에 처한 앳된 청년들의 생명을 외면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 지금이라도 스님들의 스님다운 결단이 필요하다. 6조 대사 혜능스님은 일찍이 말했다. 중생을 알아보는 자 부처를 본다!(識衆生者, 見佛)


여기 승려로서의 사회적 소임을 다하고 있는 두 스님이 있다. 바로 일지암 법인스님과 미황사 금강스님이다. 두 스님은 다른 무엇보다 한 학생의 생명을 염려하는 마음으로 차디찬 바닥에 나앉았다. 단식 선언문을 다시 읽어본다. “어린 생명을 벼랑 아래로 내몰지 마십시오 … 남녘 땅끝 수행자 일지암의 법인과 미황사의 금강은 오늘부터 단식정진에 들어갑니다. 저희는 지금, 아들의 극한적인 단식을 찢어지는 심정으로 지켜보고 있는 김건중 학생의 부모의 가슴으로 이 자리에 왔습니다. 저희가 단식정진하는 목적은 오직 하나입니다. 이 어린 학생의 위태로운 생명을 구하자는 것입니다. … 거기서 우리는 동국대학교가 생명을 중심으로, 학생을 중심으로, 사태를 해결해 나가기를 바랍니다.”
부디 한 생명을 살리시되 두 분의 건강 또한 여여하시길 빌어본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순간 결국 김건중 학생이 병원으로 후송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부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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