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들 간에 정치회맹(會盟)을 해야 한다”
박주선 의원이 밝힌 말이다.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안철수 김한길 천정배 박준영 박주선이 만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서로 간에 싸우다 공멸한다는 의미이다.
호남에서 우후죽순 같은 신당들의 출연은 그야말로 중국의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한다. 하루가 지나면 하나의 나라가 생기고 다음날 또 생기고, 새로운 나라가 생길 때마다 전국은 분할되고 또 분할된다. 작게 작게 분할된 전국을 놓고 서로 맹주가 되겠다며 대립 한 시대가 춘추전국시대다.
하루가 멀다 하고 탄생하는 신당들, 중국의 춘추전국시대만큼이나 당의 이름도 많아 외우기도 힘들다. 이들이 각축을 벌이는 국토는 호남이다. 호남을 발판으로 삼아 전국을 제패하겠다는 꿈이다.
춘추전국시대의 탄생은 강력했던 주나라의 쇠락 때문이었다. 주나라의 강력한 패권의 소멸은 춘추전국시대를 탄생시킨다. 춘추전국시대는 다른 말로 강력한 헤게모니가 상실된 사회이다. 졸막졸막한 나라들끼리의 패권 싸움, 거기서 등장한 것이 회맹이다. 게 중에서도 힘이 조금 센 맹주를 중심으로 뭉쳐 이민족을 물리치고 중화질서를 잡자는 정치적 연합 질서가 회맹이다.
그러나 이때 회맹으로 얻어진 패권은 불안정하고 가변적이었다. 아침에 일어나면 패권이 한 나라에서 다른 나라로 이양됐다. 결국 회맹의 관계는 깨지고 더 치열한 약육강식의 사회가 도래된다. 
여러 신당들의 출연은 더불어민주당의 강력한 리더십의 부재가 원인이다. 그러나 출연한 신당 모두 졸막졸막하다. 물론 안철수라는 더 강력한 맹주의 등장으로 힘의 균형이 한쪽으로 쏠릴 것 같지만 먼저 탄생한 신당 맹주들은 흡수가 아닌 연합을 요구하는 모양새다.
춘추전국시대 때 회맹은 공존을 의미하지만 철저히 소국이 대국에 의존하는 상하질서였다. 물론 오월동주의 관계였지만 힘의 균형에선 더불어민주당이 더 우위였다. 보이지 않는 상하질서 속의 공존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강력한 맹주가 없는 상태에서의 오월동주는 회맹처럼 짧은 기간에 끝났다.
호남 분할을 놓고 경쟁하는 여러 신당들이 회맹했을 경우 상하질서를 받아들일까. 총선을 향해 잠시 회맹을 할 수 있겠지만 이해관계가 엇갈린다면 언제든 다시 갈라설 수 있는 이질성도 강하다. 또 그 와중에 맹주도 바뀔 수 있다.
중국의 춘추전국시대는 이데올로기의 상실 시대라고도 말한다. 주나라는 왕권과 신권, 혈연관계를 중심으로 한 봉건주의 나라였다. 그러나 춘추전국시대에 이르러 이러한 틀이 깨지고 이데올로기 공백기를 맞는다. 이데올로기는 사람들을 제약하지만 한 곳으로 뭉치게 하는 힘을 발휘한다. 따라서 이데올로기의 상실은 사회를 혼란으로 치닫게 한다. 물론 춘추전국시대 때 이데올로기의 공백은 제자 백가라는 쟁쟁한 사상가들을 탄생시키지만 진시황이 전국을 통일할 때까지 사회적 혼란은 지속된다.
현재 신당을 창당한 이들은 개혁을 외친다. 물론 개혁의 내용은 다양하지만 국민의 입장에선 뚜렷하게 체감되는 것이 없다. 다만 호남인들이 신당에 관심을 갖는 것은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비판에서이지 신당들이 밝힌 이념 때문은 아니다.  
또 신당의 분열로 거대 여당의 탄생과 함께 대권을 향한 꿈이 무너질까라는 우려가 크다. 춘추전국시대에 나라의 분열로 고통을 겪었던 민초들이 바라던 것도 난이 빨리 평정되는 것이었다.
박주선 의원이 주장하는 정치회맹, 분열은 거대 여당을 출연시키기에 당연히 회맹은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회맹에 있어 원칙은 있어야 한다. 호남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재판은 안된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개혁을 외치고 그 개혁에 불만을 품고 창당한 신당들이 더불어민주당을 그대로 흡수한다면 그것은 회맹이 아니라 정치 야합에 불과하다.
신당들 간에 회맹을 했을 경우 강력한 맹주도 없는 상태이다. 안철수 의원은 전국적인 지지도는 높지만 호남에서의 정치기반은 취약하다. 나머지 신당 맹주들의 지지기반이 더 넓은 셈이다.
서로의 장단점을 보완한다면 힘을 발휘할 수 있다. 그러나 서로 간에 지분을 위한 경쟁을 했을 경우엔 모든 것을 잃게 된다.
서로 간에 정치적 회맹을 하되 후보 공천만은 호남을 생각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의 재판이거나 구태의연한 구시대 인물들을 내보냈을 때 신당도 더불어민주당처럼 호남에서 버림을 받게 된다.
호남을 발판으로 시작된 신당의 춘추전국시대, 중국의 춘추전국시대는 진시황에 의해 막을 내린다. 그러나 이는 춘추전국시대보다 더 무서운 철권통치의 시작을 의미한다. 각 신당들이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가를 역사는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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