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석천(전 해남동초 교사)

컴퓨터가 삶이 되어버린 요즘 사람들은 사색하지 않고 검색을 합니다.
여행지도 검색하고 맛 집도 검색을 하고 생활의 상당 부분을 검색에 의지합니다.
갈 길을 이정표처럼 안내해 주는 네비게이션도 검색을 합니다. 언제 어느 장소에서나 손안의 컴퓨터인 스마트폰은 무한한 정보들에 손쉽게 access(접근) 합니다. 인터넷이라는 바다에는 수많은 정보들이 화수분처럼 쏟아져 나옵니다.
검색은 생활의 편리함을 선물로 주었습니다. 하지만 참으로 검색보다 중요한 사색하는 능력을 앗아가고 말았습니다.
어렸을 적 기억이 납니다.
정보를 접할 매체가 그리 많지 않았던 시절. 가장 좋은 정보는 책이었습니다.
『잭과 콩나무』라는 책을 읽으며 가슴이 풍선처럼 부풀었습니다. 하늘까지 뻗은 콩나무 줄기를 타고 구름 속으로 올랐습니다. 하늘에서 내려다 본 우리 집 굴뚝에선 하얀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 오르고 있었습니다.
또, 영웅전을 읽으면 용기가 불끈불끈 솟아올랐습니다. 꿈속에서도 동화를 쓰고 이야기를 만들었습니다. 상상의 세계를 마음껏 펼쳤습니다.
아름다운 심성과 꿈은 검색이 아니라 사색의 세계에서만 만들어집니다.
사색을 통해 시인은 한 편의 시를 쓰고, 소설가는 소설을 쓰고 극작가는 극본을 씁니다.
검색할 수 없는 세상이 있습니다.
굴뚝에서 오르는 연기를 바라보는 감정을 컴퓨터가 알리 만무합니다. 슬프거나 즐거운 느낌을 컴퓨터로 검색할 수 없습니다. 한 권의 책을 읽은 감동, 저녁노을을 보는 경이로움, 새가 앉았다 날아간 가지의 흔들림, 엽록소를 버리는 잎들의 찬란함, 하늘을 강처럼 흐르는 달을 보는 느낌, 첫 사람을 만났을 때의 말로 표현할 수 없었던 설렘.
대흥사에 개나리꽃이 피었습니다.
검색은 겨울에도 개나리꽃이 피는 이유만을 알려줄 뿐, 그것을 바라보는 감정을 말해줄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정보가 필요 없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것이 정보이기 때문이죠.
‘네이버에게 물어 보세요’라는 말처럼 어지간한 지식은 정보의 바다에서 해결됩니다. 하지만 그런 정보들로 인해 속사람이 여물어지지는 않습니다.
어렸을 적 읽고 상상의 나래를 펼쳤던 동화책처럼 검색 다음에 필요한 것은 상상이요, 사색입니다. 그런 시간들을 통과해야만 나 자신의 풍요로움, 속사람이 성장하기 때문입니다.
사색만이 나의 생각을 키웁니다.
사색이 검색에 밀려난 지 오래입니다.
이러다가는 사색이라는 말은 시인이나 소설가만의 전유물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 잠시 감정 없는 기계를 쉬게 하지 않겠습니까?
한 권의 시집을 읽고, 겨울나무가 준비하는 봄을 사색해 보지 않으실는지요.
줄탁동시라는 말처럼 봄바람이 눈 속에 숨어있는 복수초의 등을 두드리고 복수초가 고개를 내미는 사색의 정원을 거닐어 보지 않으시렵니까?
검색으로 찾을 수 없는 세상은 사색의 세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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