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천식

(농민서예가)

새해 들어 또 하나의 희망을 접한다. 내가 가지고 있는 재능을 사회에 환원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한 일을 화원출신 대학생이 하는 것을 보고 우리의 미래가, 우리의 화원 땅에 희망이 있음을, 우리의 농촌 토양이 건강하게 유지되고 있음을 확인한다. 눈이 내리고 차가운 바람이 몸을 움츠리게 하는 겨울 어느 날 화원에 따뜻한 이야기가 전해왔다. 
해남군은 매 방학 때마다 대학생 아르바이트를 모집해 지역아동센터에 파견해오고 있다. 그 아르바이트 했던 학생 중 한명은 화원면 출신으로 해남고를 졸업하고 서울시립대를 다니고 있다. 해남군에서 운영하는 대학생 아르바이트에 지원해 지역아동센터와 인연을 맺은 그 대학생은 농촌 아이들의 현실을 접하게 됐다.
공부를 잘하고 못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공부하는 방법을 잘 모른다는 것과 꿈이 없다는 현실을 보게 된 것이다. 아이들은 모두 아름다운 꽃을 피울 씨앗인데, 씨앗이 꿈이 없다면 꽃을 피우지 못할 것이란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는 것이다.
“농촌 아이들에게, 후배들에게 희망과 꿈을 품은 건강한 씨앗을 선물하자. 그 씨앗이 대지를 뚫고 싹을 띠우며 건강한 줄기로 자라게 하자. 그 줄기에서 피어나는 탐스러운 꽃봉우리,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일에 작은 도움이라도 주고 싶다”그 학생의 심정은 이랬을 것이다.
그 대학생은 그 일을 하기 위해 대학생들을 모집했다. 그리고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는 친구들로 구성한 “씨얏”이라는 단체를 구성해 화원땅을 밞았다.
이들 대학생들은 자비로 모든 준비물을 마련하고 화원목장지역아동센터에서 5일간의 캠프를 진행했다.
대학생들의 모습은 참으로 진지했다. 아이들 한 명 한 명 대하는 모습에서 요즘 젊은이들의 건강성을 확인했다. 또한 우리의 미래가 결코 어둡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자신들의 진로에 대해 한창 고민할 때인데도 사회봉사활동에 시간을 투자하고 고민하는 대학생들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또 다른 즐거움이었다. 대학생들과 함께 보낸 시간은 나에게도 힘이 됐고 공부방 아이들에게도 좋은 경험과 추억이 됐다. 이들 대학생들이 씨앗들에게 뿌린 거름이 어떤 형태로 싹을 틔우고 성장할지 궁금하기도 하다.어느 날 지인과 만나 대화중에 혹시 봉사를 하고 잇는가? 라는 질문을 받았다. 그래서 나름의 봉사를 하고 있다고 답하자 화원의 여러 분들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마을의 어르신들을 매월 2차례 목욕탕에 모시고 가시는 분, 몇 년 동안 눈이 내리면 트렉터를 가지고 화원 곳곳의 눈을 치우시는 분들, 이런 사람들이 우리 지역의 참 일꾼이다“라는 이야기다.
내가 사는 해남은 참 자랑스러운 곳이다. 아무런 대가 없이 선한 일에 앞장서는 많은 분들을 본다. 특히 리멤버0416해남은 더욱더 자랑스럽다.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요구하고 유가족들의 든든한 힘이 돼 주는 그들의 활동은 감격 그 자체이다.  해남 땅에서 산다는 것은 정말 행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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