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남군청소년상담복지센터 소장

대부분 청소년들이 시간 날 때 가장 먼저 하고 싶거나 하고 있는 것은 어떤 걸까?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이용한 인터넷 게임이 가장 먼저 생각나실 겁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학교운동장이나 해남공원에서 축구나 농구를 하고 있는 아이들을 보면 정말 대견하고 고마운 마음까지 듭니다. 축구나 농구는 대부분 남학생들이 하는데 그럼 여학생들은 어떻게 노는 지 떠올려 보세요. 저는 편의점, 카페, 화장품 가게가 떠오릅니다. 주말에는 목포나 광주로 무리 지어 나갔다 옵니다. 이렇게 노는 것을 보면 저는 사실 안타깝습니다. 제가 생각해도 해남에는 아이들이 갈 곳이 없습니다. 학교운동장, 공원, PC방, 카페, 편의점, 어른들이 집을 비우는 친구 집, 눈길이 미치지 않는 으슥진 곳이 아이들의 옹색한 공간입니다.
아이들이 노는 데 돈이 필요합니다. 어른들처럼 경제적인 여유에 따라 즐기는 것이 달라집니다. PC방, 카페, 편의점의 경우는 평균 정도의 용돈을 받는 아이들이 일상적으로 이용합니다. 목포나 광주를 가려면 용돈을 아껴서 모으거나 아르바이트하거나 부모로부터 특별용돈을 받아야 합니다. 요즘에는 청소년복지와 관련된 지원이 많이 늘어나서 어려움이 있는 아이들은 도움을 받는 것이 훨씬 다양하고 수월해졌습니다. 하지만 보통의 청소년들의 복지는 한참 멀었습니다. 아이들이 가장 저렴하게 노는 것이 집에서 컴퓨터나 스마트폰으로 게임하는 것입니다. 아이들의 여가나 문화활동이 상업적인 논리로 움직이고 그에 따른 경제적 문화적 수준의 한계가 분명합니다.
읍내에는 체육관련 시설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아이들끼리 가서 이용할 수는 없습니다. 학교체육관까지 주말에는 동호회원들 차지입니다. 문화예술회관은 학습실이 그나마 청소년들이 눈치 많이 안 보고 이용 가능한 곳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면 지역은 헌신과 열의를 가진 청소년지도자들이 있는 일부 지역아동센터에서 아동뿐 아니라 청소년들을 위한 기간과 공간을 마련하고 프로그램을 진행합니다. 아이들을 품어주니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릅니다.
해남은 군 단위 지자체 중에서 인구가 많은 편입니다. 당연히 청소년 인구도 많습니다.
그런데 다른 지역에 한두 개씩은 있는 청소년수련관이 없습니다. 청소년들을 위해 필수적인 생활권 수련시설인데도 말입니다.
아이들이 다양한 동아리 활동을 하고 카페도 운영하고 운동하고 노래 부르고 춤추고 자치활동을 하는 다른 지역의 청소년시설들을 보면 한없이 부럽습니다.
아이들이 부담 없이 드나들고 온갖 끼를 발산하고 발견하고 또래들과 함께 어울리고 문제를 해결하고 성장하는 경험을 할 수 있는 지역사회 토대가 마련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이 돈이 없어도 갈 곳이 있고 건강하고 활달하게 놀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시간을 정해서 수영장이나 운동장 등 시설을 청소년들에게 개방하는 것도 고려해볼 수도 있지요.
아이들은 지식으로 배우고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경험으로 커갑니다. 자신에 대한 유능감과 효능감, 문제해결능력, 배려하고 협동하는 것, 공동체의 힘과 즐거움을 아는 것은 지식으로 알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 아이들의 건강한 성장을 바란다면  당연히 지역사회가 고민하고 방안을 찾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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