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슬퍼하며 눈물 흘렸던 세월호사건, 못다핀 꽃송이들이 아직도 차가운 바다 속을 헤매고 있다

4월 16일에 발생한 세월호 참사로 학교들은 수학여행과 봄 체육대회를 취소 또는 축소했다.

송지고도 서울로 가려던 수학여행은 무기한 연기하고 봄 체육대회는 취소했다. 5월 중간고사가 끝나자 아이들은 위클래스를 방문해 체육대회 개최를 희망했다.

우리학교는 매주 화, 목요일이면 송지리그전을 학생 스스로 운영하고 있다. 남자농구, 짝 피구 등 정말 열심이다. 아이들은 송지리그전을 통해 갈고 닦은 실력을 체육대회에서 보여주고 싶은 것이다.

난 학생부장님과 교무부장님께 아이들의 희망을 전달했다. 교무부장님은 충분이 이해한다며 여러 선생님들과 의견을 거친 후 교장선생님께 건의해 6월 3일 체육대회를 개최키로 했다. 1주일 전에야 결정된 체육대회, 사전 준비할 시간도 부족한데 하루전날인 2일에는 강한 비바람까지 불어 체육대회 개최여부가 불투명했지만 다행히 우리학교는 체육관이 있어 실내경기위주로 개최키로 했다.

오전 9시부터 농구경기를 시작으로 여자농구, 꼬리잡기, 사제배구대회, 보디가드피구, 닭싸움, 전력줄다리기, 배드민턴, 단체줄넘기 등 실내에서 할 수 있는 경기를 중심으로 체육대회를 가졌다.
청팀, 백팀 나눠 경기를 진행했는데 학생들의 함성소리에 땅끝체육관이 공중분해 될 정도였다.

멋진 모습을 여자친구 앞에서 자랑도 하고 싶었을 것이고 남자친구 앞에서 멋지게 공도 던져보고 싶었을 텐데 열정을 참고 있으려니 얼마나 힘들었으랴싶게 멋진 모습들이었다.

모든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질서정연하게 배려하고 응원하는 모습이 어른들보다 훨씬 성숙해보였다. 특히 각종 게임이 끝날 때마다 학생 스스로 운동도구를 정리하는 모습에 엄지손가락이 자동적으로 치켜지는 것은 나뿐 만이 아니었으리라.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정해진 순서대로 선수를 차출하고 목청껏 응원하는 송지고 학생들은 정말 놀이를 즐길 줄 아는 멋진 녀석들이었다.

이 멋진 송지고 학생들과 함께 생활하는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이다. 멋지고 활기차게 놀이를 즐길 줄 아는 우리학교 학생들을 보면서 잠시 생각에 잠겨본다.

세월호 사건으로 희생된 단원고 2학년 학생들도 저 위에서 선생님 지도아래 친구들과 손잡고 재밌게 놀이를 즐기고 있지 않을까… 아니 그럴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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