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 영 신 (해남군청소년상담복지센터 소장)

 일주일에 한 번씩 해남 곳곳에서 태어난 예쁘고 사랑스러운 갓난아기들의 사진을 보는 것은 큰 즐거움입니다. 부드럽고 따뜻한 아기들의 냄새가 나는 것 같습니다. 부모들의 사랑과 축복, 바램을 담아 지은 아이들의 이름을 불러보는 것도 기분 좋은 일입니다. 우리 해남군의 출산정책이 상도 받고 모범사례여서 배우러 온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해남에서 아이들을 키우기 어떤지, 계속 키우고 싶은 곳인지 부모들에게 묻고 우리 스스로에게 묻는다면 어떨까요? 저는 조금 회의적입니다.
아이들의 건강한 성장에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중요한 것들 중에 여러 가지가 균형을 잃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가정이나 지역사회, 국가 모두가 한쪽으로 지나치게 기울어져 있는 느낌입니다. 공부를 잘하게 하는 일에는 세계 최고로 정말 많은 에너지를 쏟아붓습니다. 그에 반해 아이들의 정신을 건강하게 키우는 영역, 잠재력을 발견하게 도와주는 영역, 민주시민사회의 일원으로서의 함께 살아가는 자질을 길러주는 영역은 어떤가요? 학교폭력대책이 한바탕 광풍을 일으키며 지나가더니 이제는 아이들의 인성이 문제니까 인성교육하자고 합니다. 아이들은 언제부턴가 골치 아픈 문제덩어리가 되어버렸습니다. 우스갯소리로 하는 말이라고 하지만 우리나라의 청소년들은 북한군조차 무서워하는 ‘중2’입니다.
사랑스러운 눈길로 아기들을 바라보았던 것이 10여 년이 지나면 어째서 의혹과 불신에 찬 눈길로 바뀌는 걸까요? 인성이 바르지 않은 아이들의 탓일까요?
우리 사회는 아이를 건강하게 키우기 위해 골고루 먹이는 일에 신경쓰지 않아 편식을 해서 몸에 증상이 생긴 아이를 나무라고 탓하는 부모의 모습과 같습니다. 책임을 아이들에게 전가하고 불신의 눈초리로 바라봅니다. 대책이라고 추진하는 정책들은 미흡하고 악순환의 반복을 더 가속화시키기도 합니다. 아이들을 공부시키기 위한 사업에는 부모도 학교도 지역사회도 너무나도 열성적입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필요한 다른 양식에 대해서는 어째서 이렇게 인색한지 안타깝습니다. 청소년지도자들은 자조적으로 아이들이 투표권이 없어서라고, 힘이 없어서라고 말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아이들은 사회적으로 소수자의 위치에 있습니다. 
저는 소수자의 위치에 있는 아이들의 편에서, 성장에 필요한 아주 많은 것들 중에 한 가지를 우선 시작해보자고 이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해남군청소년수련관을 마련하는 것을 함께 해주세요.
해남에는 아이들이 갈 곳이 없습니다. 어른들 눈치 보지 않고 마음 놓고 활동할 수 있는 곳, 돈 없어도 갈 수 있는 곳, 또래들과 함께 부대끼고 만들어서 도전할 기회를 주는 곳이 필요합니다.
해남의 아이들을 잘 성장할 수 있도록 균형을 잃은 구조를 하나씩 바꿔나가고 만들어 가는 것을 함께 해 주세요. 해남군청소년수련관을 만들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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