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 영 자(편집국장)

면민의 날 행사, 누가 주인공일까. 분명 행사제목은 면민이 주인공인데 여전히 면민은 객체이다.
기념사, 축사, 격려사, 인사말로 이어지는 행사순서, 한때 자정의 움직임이 일었지만 다시 원점으로 회귀했다. 
군민과 함께 여는 활기찬 해남, 그러나 행사 식순에선 군민과 함께 여는 느낌은 없다. 행사 순서는 권위주의에서 나온 발상이다. 면민의 날에 참석한 대부분의 군민들은 노년층이다. 그 노인들을 앞에 두고 지루하게 진행되는 행사순서는 경로사상에서 결코 맞지 않다.
면민의 날 뿐 아니라 각종 행사 기념식은 군민들은 철저히 객체화시킨다. 기관장이 단상에 올라 말 한마디 하는 것은 주체의 만족감에서 비롯된다. 물론 면민의 날 행사에 기관장들이 참석해 축하해주는 것은 고마운 일이다. 그러나 높은 단상 위에 올라 줄줄이 인사를 하는 것이 행사의 질을 높이는 길일까.
아직도 의전이 중요시되는 해남의 문화, 모든 행사가 군수에게 맞춰져 있다. 군수가 참석한 시간을 맞춰 개회식을 한다.
어느 신문에 이런 기사가 나온 적이 있다. 고성군의회 모 의원이 정례회에서 4분 자유발언을 신청, “고성군의 연중 군 주관 행사 56회, 사회단체 주관 77건 등 모두 133건의 행사가 열리지만 참석 내빈의 인사말, 축사, 격려사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단체장이나 내빈의 인사말이 너무 길어 행사 개최 의미를 훼손하고 있다”고.
기념식이 없다고 해서 행사의 질이 낮춰지거나 권위가 상실되는 것은 아니다.
각종 행사의 기념식이 길어지고 의전이 강화된 것은 자방자치가 들어서고부터이다. 모두가 선출직이다 보니 단상에 오르는 것이 중요한 일처럼 됐고 군민들도 짜증을 내면서도 관례처럼 받아들인다.   
탈권위주의 사회, 행사 기념식부터 검토하자. 왜 기념식이 필요한지, 그 많은 순서가 왜 필요한지 누군가는 의문을 던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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