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 남 주(국민대 교수)

한 달 전이다. 지인에게서 자신의 반려견 두 마리가 유박비료를 먹고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를 계기로 알아본 유박비료(이하 유박)에 숨겨진 실상은 믿기 어려운 충격이었다.
유박(油粕:oil-cake)비료는 피마자(아주까리)나 유채 깻묵에 미강 등을 섞어 만든 미숙성 유기질비료를 말한다.
유박의 형태는 사료와 같은 펠릿이 일반적이고 둥그런 모양 등 여러 가지이다. 과수원, 밭농사에 주로 쓰이나 공원, 정원, 화분에도 많이 사용되고 있다.
그야말로 우리 주변 어디에나 있다는 것이다. 유박의 진실은 대략 이러했다.
첫째, 친환경이라고 알고 있는 유박은 맹독을 지닌 독극물이다. 유박의 주원료는 피마자 깻묵으로 30~100%가 사용돼 50여 종류의 다양한 상품명으로 생산되고 있다. 그런데 피마자의 껍질에는 리신(Ricin)이라는 독성물질이 들어 있다. 그 독성은 자연에서 만들어지는 최강의 등급으로 상상을 초월한다.
피마자 열매 6알은 소도 죽인다는데, 청산가리의 6000배의 맹독에 해당한다.
연구보고에 의하면, 리신 1g으로 몸무게가 60㎏인 성인 천 명을 죽일 수 있다고 한다.
이러한 맹독의 리신은 스파이들이 생물무기로 악용해오기도 했다. 더 나아가 리신은 공기 중에서 녹으면 사린가스가 된다.
사린 독가스는 1995년 3월 도쿄역에 살포되어 13명이 숨지고 6천여 명이 부상을 입어 세상을 발칵 뒤집기도 했었다.
둘째, 유박의 피해는 가축, 야생 동물에 이어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으나 안타깝게도 그 심각성을 아직 모르고 있다. 전국에서 반려견이 유박을 먹고 죽었다는 소식을 종종 접한다. 대체로 과수원이나 화분에 뿌려둔 유박을 먹고 죽었다는 것이었다.
유박은 깻묵으로 만들고 숙성시키지 않아 고소한 냄새를 풍긴다. 따라서 개, 닭을 비롯한 가축 외에도 조류, 너구리, 노루 등을 비롯한 야생동물들이 잘 먹는다. 과수원과 공원에서는 그냥 뿌려놓기만 하기 때문에 피해가 더 크다.
소포장 둥근 형태는 어린 애들이 과자로 오인할 수도 있어 주의해야 한다.
유박을 먹은 동물의 증상은 구토, 혈변, 마비 등을 일으킨다.
리신의 독성이 혈구(피)를 응집시키고, 세포를 파괴하여 내장이 녹아내린 결과다. 혈변의 역겨운 냄새는 얼마나 지독한지 치료 중 놓였던 자리에서 1년이 지나도록 지워지지 않는다고 한다.
유박 독성에 대한 치료방법은 구토나 수액주사 외에는 특별한 처방이 없는 실정이다. 혈변을 보면 대부분 사망에 이른다.
가두어 기르는 가축의 경우는 어느 정도 예방이 가능하다.
하지만 야생동물의 경우는 피해대책이 전혀 없다. 과수원 인근에서 너구리, 노루, 멧돼지 등이 혈변을 누고 죽은 사체는 유박으로 인한 피해로 추정할 뿐이다.
가장 큰 문제는 유박을 사용하는 사람들조차도 이러한 독성과 피해사실을 전혀 알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더 놀랍다.
셋째, 유박의 맹독은 생태계의 순환과정에서 인간에게 미치는 안전성도 입증되지 않았다.
리신의 독성 피해는 어디까지 영향을 미칠까? 토양과 물의 오염에 이어 식물체 내의 잔류독성은 그것을 섭취하는 인간에게도 치명적인 피해를 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는 추측일 뿐이다. 이와 관련한 연구가 전혀 이루어진 바가 없기 때문이다.
관계기관에서는 비료 성분 함량(N,P,K) 위주의 분석만 한다고 하니 답답할 뿐이다. 추후 범죄의 악용도 우려된다.
이번에 한 언론사와 협의해 여러 연구소에 독성물질을 검사의뢰 하려 했으나 결국 모두 수포로 돌아갔다. 옥시 사건으로 시끄러운데 유박까지 겹치면 더욱 감당하기 어려운 모양이었다.
이러한 독성물질을 지닌 유박은 모 회사가 인도에서 원료를 수입한 후 유박으로 가공해 유통되고 있다. 소위 친환경이나 윤리경영을 강조하는 회사이다.
유박은 친환경비료로 취급돼 자치단체나 농협에서 보조금까지 지급되고 있는 현실이다. 맹독에 보조금까지 얹어주고 있는 꼴이니 그 무지함에 기가 찰 뿐이다.
맹독을 지닌 피마자 깻묵은 사실상 산업폐기물이나 다름이 없다. 헐값에 들여와 비싼 유박을 만들었으니 그 이권은 상당할 것이다.
유박의 독성 문제는 심각하다. 그러나 제조 회사도 관계기관도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은 없는 실정이다. 사회적으로 공분을 사고 있는 옥시와 별반 다를 바 없다.
답답하다.
초기에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았던 옥시 사태를 떠올려보자.
유박은 맹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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