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 미 향(송지고등학교 상담교사)

5월을 계절의 여왕이라 했던가, 5월이면 모든 것을 이해하고 사랑하고 행복할 것만 같았는데. 언제부터인가 5월은 눈물로 얼룩지는 계절로 다가왔다. 5·18 때문이겠지…
그래도 5월은 푸르다. 이름 모를 들꽃들도 벌과 나비에게 손짓하며 하나가 되니 마음 또한 넉넉하다.
이 넉넉한 계절에 스승의 날이 있음에 감사하다.
충남의 어느 RCY 단원 여학생들이 은사님 위문봉사활동으로 유래되었다는 스승의 날.
올해 송지고등학교 학생들은 선생님께 감사편지를 썼다. 13일 오전 1교시 쉬는 시간 2통, 3교시 끝나고 2통의 편지를 받았다. 
한 통의 편지에는 가족 때문에 힘들었을 때 다가와서 말 건네주고 격려해주신 선생님께 감사하다는 내용이었다.
엄마 아빠의 잦은 싸움 때문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나에게 슬기롭게 대처하는 방법을 알려줘 감사하다는 편지였다,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해하는 편지, 점심시간이나 쉬는 시간에 위클래스를 방문하면 웃어주며 반겨주는 위클 샘이 좋다는 편지, 편지를 읽고 가슴 벅찬 마음으로 퇴근하려는 나에게 3학년 남학생이 “샘! 샘! 잠깐만요”하며 계단을 뛰어 내려왔다.
그리고 “샘! 퇴근 후 집에서 읽어보세요”라며 작게 접은 종이 편지와 작은 떡 한 조각을 준다.
깜짝 놀라 그 자리에 서 있는 나에게 그 남학생은 미소까지 보낸다.
귀가하는 차량 안에서 편지를 읽었다. 1학년 때 학교에 나오지 않은 저를 집에까지 찾아와 잡아주고 격려해주며 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 도와주신 위클 샘과 1학년 담임 샘께 감사드린다는 내용이었다. 그때 붙잡아 주지 않았다면 지금도 아빠 속 썩이며 방안에서 지냈을 거라며, 말재주나 글재주가 없어 표현은 못했지만 마음속엔 언제나 선생님께 감사함을 깊이 간직하고 있다는 내용의 편지.
가슴속에 뜨거운 무언가가 올라오며 눈물이 핑 돌았다. 몸이 붕붕 떠올라 하늘을 날아오르는 느낌.
아~ 이런 맛에 교사를 하는 것이겠지.
그 남학생 1학년 때 담임교사였던 선생님께 전화를 드려 편지내용을 말했다.
그 선생님도 너무 좋아하시며 더 열심히 아이들을 사랑하고 보살펴야겠다고 하신다.
스승의 날이면 고가의 선물이나 상품권보다 정성담긴 편지글이나 전화 한 통이 그 어떤 선물보다 더 값지게 느껴진다는 것은 비단 나뿐만이 아니리라.
나도 중1 담임선생님께 안부전화 드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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