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 상 일(지역혁신가, 해남읍 농민)

내가 해남신문 편집국장으로 일하던 22년 전 ‘지금은 라디오시대’라는 라디오프로그램에 필이 꽂혔다. 그간 방송프로그램은 우리 사회 엘리트층의 이야기를 전문 작가가 꾸며 내보내는 방식이었는데 서민들의 생활사가 풋풋한 언어로 방송되는 게 참 흥미로웠다. 이 프로그램은 이내 인기가 치솟았고 20년 넘게 최고 인기 프로그램이 됐다. 이때부터 라디오방송은 주민참여형 언론상에 빠져 지내던 나에게 또 하나의 관심사가 됐다.
알고 보니 당시 선진국에선 소출력 라디오방송이 선풍적인 인기였다. 브라질, 남아공에도 수천, 수백 개의 작은 라디오방송이 있었다. 반경 30km 내외 범위로 송출되는 주민들의 생활방송이 대종을 이루었다. 하지만 라디오방송이 화려한 TV 매체에 의해 묻히지 않을까 궁금했다. 그건 나의 무지였고 기우였다.
라디오방송의 끈덕진 생명력은 어디에서 나올까? 라디오방송과 TV방송을 비교해 보자. 라디오는 휴대가 편하기 때문에 청취하는데 장소의 구애를 받지 않는다. TV를 시청하면서 일을 하거나 다른 생각을 하지 못하지만 라디오는 청취하면서 일을 할 수 있고 심지어 공부도 가능하다. TV는 일방적 전달기능이 강하기 때문에 ‘바보상자’가 되기 십상이지만 라디오는 많은 사람들의 생각을 집적시키고 소통시키는 쌍방향적 매체다. TV 프로그램은 제작이 어렵고 비용이 많이 드는데 비해 라디오 프로그램은 손쉽게 여러 사람이 참여할 수 있고 저비용이다. 농장에서 일하면서 휴대폰으로 ‘해남FM’ 몇몇 프로그램을 청취했다. 꽤 다양한 분야 프로그램이 구성됐고, 진행도 상당한 수준급이었다. 무엇보다 해남사람들이 만든 해남방송이란 말이 가슴에 와 닿았다. ‘해남FM’이 라디오방송의 특장점을 잘 살리고, 주민참여형 방송으로 순항하리라 기대하면서 몇 가지 사족을 달아 본다. 
첫째, ‘해남FM’은 철저하게 지역적이여야 하고, 해남사람들의 생활사가 녹아난 소재여야 한다.
둘째, 지역정서와 지역언어를 잘 반영하길 바란다. 기존 방송들은 방송표준어란 틀에 박혀 있지만 ‘해남FM’은 이를 거슬러갈 줄 알아야 한다. 해남사람들의 곰삭은 정서를 해남의 언어로 표현해야 해남사람들 가슴에 가깝게 다가갈 것이다.
셋째, 쌍방향의 소통하는 방송이 되길 바란다. ‘해남FM’이 아직은 생방송처럼 소통하는데 한계는 있다. 하지만 SNS공간 등을 잘 활용하면 얼마큼 주민들 참여를 이끌 수 있다. 정보를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건 라디오 방송의 특장점과 거리가 멀다.
넷째, 해남공동체에 유익을 주는 또 하나의 밑불이 되길 바란다. 해남FM이라 해서 해남사람들로만 국한돼서는 안 된다. 해남을 전국에 알리고 교류의 물꼬를 트는 역할이 필요하다. 예컨대 ‘땅끝팬사이트’처럼 다양한 땅끝 인연을 알리고 소통한다면 해남을 전국화 또는 세계화시키는 밑불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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