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 영 자(편집국장)

박철환 군수의 구속은 여러 가지 예측과 설을 낳았고 또 재생산되고 확대됐다. 특히 금품수수와 관련한 이야기는 너무도 광범위하게 지역사회를 달궜다. 내용도 구체적이었다. 사무관 승진 대가로 모 공무원 1억1000만원, 모 면장 3000만원, 또 다른 면장 5000만원, 박군수 부인 5000만원 수수 등 수억에 달한 금품수수 내용이 해당 인물의 이름과 함께 퍼져 나갔다. 이러한 소문의 근원지가 어디인지는 모르지만 이 내용은 그대로 검찰에 접수됐고 검찰은 그들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벌었다.
또 공사 대가성 금품수수도 회자됐다. 고천암 생태공원 공사 대가로 총 공사금액의 10%를 리베이트비로 받았다는 등 금품수수 내용은 지역여론의 핵이 됐다. 이에 해남에서 공사깨나 한다는 인물들도 압수수색 대상이 됐고 박 군수와 가까운 지인과 친인척도 압수수색을 받았다.
그런데 검찰이 기소한 박 군수 관련 금품수수 의혹은 문재인 펀드가 전부였다. 또 박 모실장의 금품 수수는 명절과 해외 연수 때 건넨 총 290만원과 모친이 병원에 입원했을 때 친구인 공사업자가 두 번에 걸쳐 준 200만원과 또 다른 업자가 건넨 100만원이었다. 검찰은 이 돈을 인사와 공사 대가성으로 받았고 이 돈을 군수에게 건넸다고 주장하고 있다. 물론 이 돈에 대한 법 저촉 여부는 법정에서 가려질 것이다. 그러나 검찰이 대가성 금품을 찾기 위해 수개월간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벌이는 동안 지역사회는 만신창이가 됐다.
온갖가지 추측이 난무했고 한쪽에선 대놓고 군수가 금품을 수수했으니 구속하라고 외쳤다. 검찰의 공소내용을 보도했을 때 해남우리신문은 박철환 군수 편이라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었다. 검찰의 공소내용을 밝히는 것은 박 군수를 좋아하고 싫어하는 차원이 아닐진데 말이다.
그런데도 너무도 쉽게 편을 가른다. 박군수를 옹호하는 쪽은 악이요 그렇지 않으면 선이라는 2분법적인 논리가 문제인 것이 아니라 자신들과 의견이 다르면 반대편으로 모는 그러한 경향이 문제라는 것이다. 이는 지역사회를 침묵하게 만든다. 세상은 다양한 의견들이 존재한다. 그러한 의견 중에는 분명 옳은 것과 그른 것이 있다. 그러나 옳은 의견일지라도 지나치면 사회를 냉각시키고 갈등을 일으킨다. 한쪽의 목소리가 지나치면 공동체는 깨진다. 사회를 변화시키는 과정은 공동체를 세우는 과정이며 그 속엔 분명 인간애가 자리해야 한다. 상호간의 존엄성을 인정할 때 우린 신뢰를 쌓고 더디지만 함께 변화를 향해 가는 것이다.        
금품수수 문제가 대두되면서 정작 눈여겨 봐야할 공무원들의 근평 순위 조작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금품수수라는 태풍 때문에 근평순위 조작은 아무것도 아닌 바람이 돼 버린 느낌이다. 정작 문제의 본질은 거기에 있는데도 말이다. 박 군수 구속에 이어 지금 해남의 화두는 부 군수 인사조치 문제다. 모 단체에선 부군수도 공무원 근평순위 조작과 연류됐기에 인사조치 해야한다며 도지사 면담까지 했다.
그러나 부군수의 인사조치가 중요한 게 아니라 박 군수 금품수수 의혹 제기처럼 너무도 일방적으로 지역사회 여론을 몰고 간다는 것이다. 적어도 군정공백인 지금 부군수를 교체했을 때 올 수 있는 문제점과 그것을 극복할 대안 등을 조금이라도 제시하며 교체를 주장한다면 누구나 쉽게 수긍할 것이다. 문제가 있으면 풀어야 한다는 말은 맞다. 그러나 푸는 방법은 일방이 아닌 서로간의 지혜가 모아져야 한다. 그 과정에서 다른 의견 간의 갈등도 조정되고 수긍의 힘도 키워진다.
박근혜 정부들어 하루가 멀게 부패척결이니 청산이니 해산이란 말이 나왔다. 그러나 그토록 외쳤건만 우리사회는 문제점만 더 생기고 더 키웠다.
긍정과 가능성의 키가 세상을 변화시킨다. 지역사회가 생산적인 길로, 가치가 있고 가능성 있는 길로 힘이 모아질 때 무너질대로 무너진 우리의 자존심도 더 빨리 회복되리라 본다.   
 

저작권자 © 해남우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