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 담벽에 디자인을 입히는 일은 한때 유행이었다. 목포로 가는 영산강 하구언 둑에도, 마을 벽에도 상징적인 그림이 그려져 있다. 부산 동피랑 등은 마을벽화로 관광지가 되기도 했다.
해남군이 읍 구교리 옹벽에 디자인 사업을 진행한다. 문제는 자칫 잘못했을때 남루한 작품이 들어설 수 있다는 것이다. 
해남군은 이 사업을 위해 용역을 발주했다. 용역의 문제는 실제 일을 하청기업이 한다는 맹점이 있다. 또한 판박이식 용역이 되풀이 된다는 점이다. 예술작품이 성공시킨 지자체는 용역보단 예술인들의 창의성이 모아진 곳이다.
해남군의 용역, 너무도 남발하고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가. 예술분야까지 용역회사에 맡긴다면 그것은 예술이 아니라 공사이다.
물론 1억 이상의 소요예산이 투자되기 때문에 용역은 어쩔 수 없다고 치더라도 왠지 이건 아니라는 생각을 지을 수 없다.
용역에 의존하는 행정은 창의성의 떨어진다. 지역성도 떨어진다. 지난 14일 열린 주민설명회 자리에서 옹벽 디자인 용역발표에 대해 다양한 비판이 제기됐다. 제기수준이 아니라 우려까지 섞인 비판이었다. 우리는 도로에 너무도 많은 것을 집어넣으려 한다. 그러나 채움이 넘쳤을 때는 비움보다 못하다.
옹벽 디자인 사업에 1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것은 작은 규모의 사업이 아니다. 해남군에서 발주한 숱한 용역을 지켜봤지만 처음에만 주민들의 의견을 듣는다. 그러나 용역 기간에 쫓겨 마지막에는 공무원의 사고가 투입된 용역 결과로 끝을 맺는다.
거리 담벽 디자인 신중을 기하자. 상가 간판을 정리하고 인도를 정리하는 것은 거리를 비우기 위해서다. 도로에 비움을 주는 것은 인위적 시설물이 아닌 다가오는 사람과의 소통을 중시하려 하는데서 출발한다. 한마디로 도로정책은 사람 중심의 철학이 바탕에 깔려 있는 것이다. 거리 옹벽 정말 깔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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