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신의 취미는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에 “서예입니다” 30여 년 동안 변함없이 내가 답한 내용이다.
“특기는 무엇입니까?” 라 물으면 머뭇거리다 “서예를 조금 합니다”라고 답한다.
1984년 순천대학을 다닐 때 ‘연묵회’ 동아리에서 서예를 시작한 후 지금까지 붓을 잡고 있다.
‘연묵회’에서 활동할 때 전종주 선생으로부터 체본을 받아 쓴 처녀작 ‘흙’자는 지금도 보관 중이다. 이후 양흥식 선생으로부터 구양순의 예천명을 지도받아 대학 4학년 때 전남도전에 출품을 했다. 한여름 무더위 속에서 작품을 하던 기억은 지금도 생생하지만 첫 출품은 낙선했다.
방학 때 진도에 계시는 함종선 선생에게 해서와 행서를 지도받았는데 그때 학원연합회에서 주최하는 대회에 출품해 첫 장려상을 받았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가던 중 원광대 서예과를 졸업한 박영도 선생을 만나 해서와 현대서예를 배우고 각종 대회에 출품해 15년 만에 농업인서예대전, 남도서예문인화 대전, 현대서예문인화대전, 전남미술대전, 전주서예비엔날레 등에서 입선과 특선, 우수상을 수상했고 대한민국 서예대전 초대작가가 됐다.
서예는 조금만 딴생각을 해도 획이 다르게 나온다. 기껏 다 쓴 작품이 마지막 단계에서 잘못되는 경우가 허다하게 발생한다.
그러나 집중해서 작품을 하다 보면 내 수준 이상의 결과가 나오는 경우도 많이 경험했다.
나는 지금까지 주로 현대서예를 많이 했다. 그러나 초기의 작품은 해서가 주를 이룬다. 해서는 구양순 예천명과 육조시대의 장맹용비를 임서했다.
최근 서예학원에는 나이 많은 어르신들이 서예를 많이 배운다.
뭔가 소일거리가 필요한 분들에게 서예는 정서에도 맞고 여러 사람과 어울리다 보면 금세 시간이 간다고 한다.
취미생활에는 많은 것들이 있겠으나 서예를 권한다. 서예는 혼자 있어도 좋고 여럿이 함께해도 좋다. 다른 취미는 상대가 있어야만 가능하지만 서예는 나 혼자서도 즐길 수 있는 취미이다.
요즘엔 주 3회 광주 호남대 문화예술교육사 과정을 배우러 다니는데 우리 짝꿍은 뭐하러 배우러 다니냐고 핀잔이다.
이에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고 그것으로 직업을 얻으면 좋지 않은가” 하니 “혼자 사는 사람은 그래도 되지만 가족이 있는 사람이 그러면 옆에 있는 사람은 어쩌라고” 한다. 그래도 묵묵히 지금까지 지켜봐 주는 짝꿍에게 감사할 뿐이다.
난 서예를 통해 내면의 세계를 들여다보고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고자 노력한다.
요즘처럼 급변하는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빨리, 내가 더 많이, 더 높이 오르려고 바쁘게 산다. 우린 바쁜 산업사회에 적응하려 모든 것을 버리고 오로지 돈 많이 버는 좋은 직장만을 향해 살아왔다. 그러나 이제는 조금 멈춰서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잠시나마 찾아보자. 물론 나도 법에서 자유롭거나, 도덕적으로 자유롭다고 장담하지 못한다. 늘 생각과 말과 행동이 다르다는 걸 스스로 느낀다.
좋은 글귀 적힌 작품 하나 집에 걸어두고 늘 보면서 스스로 마음을 다잡는다.
난 붓으로 하는 어느 행위도 예술이라 생각한다. 남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내면에서 나오는 작품은 누구나 만족해한다.
그래서 지금까지 많은 공모전과 그룹전에 참여해 왔다.
따라서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고 기회가 되면 발표회도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반복될 때 자신의 문화가 살찌우고 그것들이 모아져 우리의 문화로 자리매김되지 않을까?
예술이란 대가들만 하는 것이 아닌 모든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영역이다. 그것이 문화가 될 때 우리의 문화도 성장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