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 영 자(편집국장)

군수의 구속으로 해남은 침울하다. 그런데 해남군의회 후반기 원구성에서 보여준 초선의원들의 야합정치, 군정에 이어 의정까지 참담하다.
군의회 후반기 원구성을 마냥 축하해줄 수 없는 이유는 다양하다. 물론 6명의 초선의원들도 할 말이 있을 것이다. 집행부 감시를 강화하고 군의회의 역할을 더 잘하기 위해 한 행위라고. 그렇다면 자리 나눠먹기식 야합은 하지 않았어야 했다. 마음을 비우고 원구성에 임했다면 당연히 축하할 일이다. 그러나 철저히 누구는 의장, 부의장, 위원장 자리 하나씩을 꿰차고 한 행위를 개혁이요, 변화라고 말할 수는 없다. 또 후반기 원구성을 주도한 이들이 전반기 의회 때 의원의 역할을 다한 인물들이라 평가받을 수 있는가이다.
왜 다선의원 중심으로 원구성을 해야 하고 그들의 뜻대로 의회가 운영돼야 하는가라고 반문할 수도 있다. 그러나 누가 의장이 되고 부의장이 되고 위원장이 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문제는 과정이다. 물론 이번 원구성 선거에는 법적 문제가 없다. 그러나 세상엔 상식이란게 있다. 상식이란 많은 이들이 이해할 수 있는 공감력이 자리한다. 또 인간 상호 간의 신뢰가 밑바탕이 된다. 상식이란 숱한 역사 속에서 자연스럽게 체감된 정서이다. 그래서 법보다 상식이 어긋났을 때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느끼고 더 분노한다. 
6명의 초선의원, 도를 넘었다. 세간에는 누가 총 감독을 했고 조연을 했는지 이야기가 나돈다. 이전 군의회도 원구성 때마다 말들이 많았다. 서로 간에 합종연횡이 일어나며 치열한 선거전을 치렀다. 그러나 거기에는 일정정도의 룰이 있었다. 다선의원을 낀 싸움이었고 사전에 상대방이 누구인지 알고 하는 선거였다. 적어도 초선의원들이 아무도 몰래 자리를 배분하고 기습적인 선거를 치른 예는 없었다는 것이다. 국회의 날치기 통과와 뭐가 다를까.
총감독이 야합을 제시했을 때 나머지 5명이 문제의식 없이 이에 임했다는 것도 놀랍다. 결국 초선의원들이 군의회라는 기구를 그 정도 밖에, 야합을 통해 원구성을 해도 된다는 정도로 밖에 인식하고 있었다는 것을 보여준 예이다.
해남군민들도 문제가 없으니, 아니면 우리들의 일이니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받아줄 것이란 수준으로 봤다는 것도 문제다. 그래서 6명의 초선의원들이 보여준 후반기 원구성 선거는 세상이 놀랄만한 작품이었지만 의회에 대한 인식, 군민에 대한 인식 수준에선 초년생이었다.
국회가 다선을 중심으로 의장과 부의장, 상임위원장을 뽑는 이유가 있다. 다선에 대한 배려도 있지만 집행부와의 관계, 의원 상호간의 관계 등 조정하는 역할이 크기 때문이다.
후반기 원구성을 축하해줄 수 없는 이유가 또 있다. 의회의 분열이다. 사전에 상대방을 인지한 상태에서 치러진 선거도 후유증이 큰데 기습적인 선거는 통합이 더 어렵다.
군정 공백을 맡고 있는 지금 해남군에 있어 의회의 기능은 더 중요해졌다. 일하는 공직사회에 이어 중요한 정책들이 함께 논의되고 추진돼야 한다. 그런데 후반기 군의회는 둘로 갈라졌다.
국회도 3당간의 협치를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해남군의회 후반기는 협치보다 자리가 더 중요했다.
특히 군수가 공백인 상태에선 더 그렇다. 군수가 있는 상태에서 그러한 행위를 했다면 그 용기에 박수를 보냈을 것이다. 그러나 군정공백인 상태에서 일어난 이번 행위는 변화를 갈구한 초선의 모습으로 판단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더민주당 소속 9명의 의원들은 지난 4·13총선 때 완도출신인 김영록 후보를 위해 뛰었다. 군민들의 질타 속에서도 당의 후보를 지지했다. 정당정치에서 이는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이번 원구성에선 정당정치가 사라졌다. 물론 군의회는 생활정치라고 말한다. 그러나 정당에 소속된 이상 소속원으로서의 지켜야 할 선은 있다. 그러나 더민주 소속 4명의 의원들은 무소속 의원들과 함께 야합을 했다. 또 비례대표까지 이에 합류했다. 국회의원이 없는 더민주의 난맥상을 그대로 보여준 것이다. 따라서 이번 후반기 원구성은 무소속의 승리라는 말이 나온다. 9명이나 되는 더민주당 소속 의원들 사이에서 무소속인 서해근 의원이 산업건설위원회 위원장을 꿰찼기 때문이다. 나머지 더민주 소속 5명의 의원들이 무소속의 전략에 KO당했다는 말이 그래서 나오고 있는 이유다.
해남군의회 전반기 원구성은 다선 중심으로 이뤄졌다. 의장에 3선인 이길운, 부의장에 3선인 조광영 의원, 운영위원장엔 2선인 이순이 의원이 맡았다. 총무위원장과 산업건설위원장에는 나이가 많은 박동인 의원과 김주환 의원이 맡았다. 선거라는 형식을 취했지만 추대식 원구성이었다. 후반기 원구성이 이 룰을 따를 것으로 예상했다.
이러한 흐름은 군수의 구속으로 촉발됐다. 초선의원 중 후반기에는 다선 중심이 아닌 집행부를 견제할 원구성이 돼야 한다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나왔다. 그러나 군수의 구속 이후 달라졌다. 원구성으로 일어날 분열보단 안정이 우선돼야 한다는 정서가 흘렀던 것이다.
군의회 후반기 원구성, 의회 질서뿐 아니라 의회가 갖은 권위마저 현저히 약하시킨 것만은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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