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지키기 청소년 글쓰기 대회 대상

 

 “거 참 더럽게 시끄럽네!”
밤 12시, 잠을 자고 있던 아빠가 일어나 소리를 지른다. 혼잣말로 욕을 해대며 주섬주섬 옷을 입는다. 분명히 윗집에 가려고 그러는 것이다. 윗집이 이사 온 지 2주가 지났다. 우리도 참을 만큼 참았다. 윗집은 항상 늦게 자는 듯했다. 새벽 1시까지 쿵쾅거리는 소리가 멈추지 않았다. 천장이 흔들리도록 뛰어다니고 문도 쾅쾅 닫았다. 기차화통을 삶아 먹은 듯, 수다 떠는소리나 싸우는 소리가 적나라하게 들렸다.
우리도 참을 만큼 참았다. 서로 얼굴을 붉히게 되겠지만 한 번쯤은 윗집에 찾아가서 말해야 한다.
화가 난 아빠를 진정시키고 엄마와 내가 나섰다. 심장이 두근거린다. 뉴스에서 층간소음에 대한 소식을 많이 듣곤 했지만 우리 집과는 상관없는 일이었다. 예전 우리 윗집은 정말 조용했으니까.
“이사 온 지 일주일 밖에 안됐는데 정말 너무 하시네요 잉. 여태까지 10년을 아파트에서 살아왔어도 이런 일은 한 번도 없었고 만... 애들도 있으시고 하니까 참으려고 했었는데 새벽까지 그러는 건 너무 한 것 같아서요. 주의 좀….” 예상대로 복도가 쩌렁쩌렁 울렸다.
“우리가 일부러 그러는 겁니까? 일상생활하는 것도 이러면 우리는 어떻게 삽니까?” 차분한 엄마의 말을 자르고 윗집 아저씨가 끼어들었다. 결국 우리는 아무런 소득도 얻지 못하고 집으로 내려왔다. 정말 우리가족이 예민한 거였을까?
우리 가족은 2년 전까지 단독주택에서 살았다. 아파트가 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엔 따뜻해서 살기 편하다는 말에 이사를 결정했다.
그때부터 우리가족은 얌전해 졌다. 아랫집을 배려해 항상 까치발로 살금살금 걸었다. 문도 살며시 닫았고 세탁기나 믹서기는 8시 이후에 돌리지 않았다. 말소리도 줄어들었다. 전에는 “엄마아~!”하고 불렀다면 여기서는 조곤조곤하게 “엄마”하고 불렀다.
처음엔 불편했지만 한 달 정도가 지나자 익숙해졌다. 아랫집을 배려하는 게 습관이 되었고, 엘리베이터에서 서로 마주치면 기분 좋게 웃으며 인사했다.
반면, 윗집 사람들과 마주치면 서로 고개를 홱 돌려버렸다. 윗집은 그 날의 부탁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보란 듯이 더 시끄럽게 생활했다.
층간소음에 대한 처벌법이 생겨났다고 해도 같은 아파트에 산다는 관계 때문에 신고를 하기에도 껄끄러웠다. 게다가 윗집은 아들이 세 명이나 된다고 하니 우리가족은 그냥 참고 윗집을 배려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런 일방적인 배려는 금세 지치고 말 것이다. 서로 이해하고 존중해줄 때 비로소 배려는 존재 할 수 있는 것이다.
반 친구들 중 네다섯 명을 빼면 전부 아파트나 빌라 혹은 연립주택에서 산다. 모두가 이웃주민이고 윗집, 아랫집의 관계에 있는 것이다. 윗집이 시끄럽다고 내가 시끄럽게 생활하면 아랫집도 화가 나서 소란스럽게 생활해 버려 결국에는 다 같이 싸움이 일어나고 만다.
윗집은 윗집대로, 아랫집은 아랫집대로, 자기들 나름대로 이웃을 배려하는 규칙을 정해 마음에 지닌다면 층간소음의 문제는 사라진다. 내가 사는 아파트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모든 이웃들이 마음의 규칙, 마음의 법을 지켜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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