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 남 주 (국민대 교수)

1995년 풀뿌리 민주주의라는 지방자치제도가 시작된 후 20년이 흘렀다.
지방선거를 통해 자치단체의 장을 선택하게 되었고, 단체장의 직선은 곧 지방자치의 신호탄이 됐다. 이후 기초단체마다 자신만의 색깔을 내기 위해 경주했다. 그 결과 비약적으로 발전한 자치단체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곳도 있다.
우리 해남은 어디에 속할까? 전자의 경우에 해당하길 희망하지만 일반적인 평가는 후자에 속하는 거 같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 원인을 단체장의 실책에서만 찾으려 하지만 지역의 발전을 위해 스스로 노력해야 할 주민에게 더 큰 책임이 있을 것이다.
필자는 25년 동안 몇 가지 공적인 일에 관심을 가지고 노력했다. 환경과 문화를 보전하고 활용해 보다 나은 고장으로 발전하기를 기대했기 때문이다. 청자가마터 찾기와 화원면의 청자 집단발상지 정립, 명량대첩축제와 마을축제의 기획과 추진, 희귀철새와 황새 텃새화를 농업브랜드 활용, 무형문화재의 진흥 등이 그것이다. 되돌아보니 보람은 있지만 결과가 미미해 부끄러운 과거로 자평된다.
이제 나 자신도 황혼에 이르러 이것저것 쏟을 에너지의 한계를 느끼며 고향인 우수영의 민속예술촌화를 위한 일에 여력을 쏟고 있다.
조선시대 수영이 설치됐던 여수, 통영, 부산 등은 모두 시로 발전하였지만 우수영만 오히려 역주행해 갈수록 어려운 현실이 되고 있다.
하지만 우수영은 역발상하면 금덩어리이다. 도시화의 방향이 아닌 민속예술촌화로 가능한 곳은 전국에서 유일한 우수영이다. 장구한 수영의 역사유적에다 강강술래, 부녀농요, 용잽이 놀이와 남자들소리 등의 토속민속이 병존하고 있다. 속칭 우수영은 쌍권총을 차고 있는 셈이다. 조선시대 우수영을 복원하고 주민들의 민속예술을 더한 민속예술촌의 가치는 무궁하다.
주민자치 20년, 이제 우수영 주민들도 이러한 자산의 소중함을 깨우치고 가꾸려하고 있어 다행이다. 이제 본격적인 민속예술촌화를 위한 행보를 하려 하면서 우리 주민들이 가져야 할 몇 가지 마음가짐을 떠올려 본다.
첫째, 명분과 공적으로 즐기려는 마음가짐이다. ‘인간은 즐기다 간다’고 한다. 돈을 목적으로 하면 피곤한 인생이다. 현실을 인정하고 즐기는 마음으로 임했으면 한다. 개인적이 아니라 명분을 세우고 공적으로 즐기자는 것이다. 명분은 개인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지역에 있다. 차별화된 지역의 역사와 문화 등 활용이 중요한 이유이다.
둘째, 주체성을 갖고 스스로 전승민속을 즐겨야 한다. 즐기는 사람은 시켜서 하지는 않는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주인 즉, 주체성이다. 행정 등에 도움을 요청하기 전에 자신의 땀이나 금전부터 투입해야 내 잔치(이하 축제)가 되는 것이다. 돈을 받고 하는 것은 일당벌이 노동이지 축제가 아니다. 우리를 위해 내가 즐기는 것이다. 돈을 받고 하면 결국 돈타령 싸움으로 가고 지역발전은 어려워진다. 
셋째, 공동의 자산을 공히 즐기고 화합을 꾀하는 것이다. 지역문화가 문화재화 되면서 개인 또는 단체의 것인 양 착각할 때가 있다. 인간문화재 지정은 보전과 전승을 위한 공적인 의무를 부여받은 것이지 사유화의 권리를 인정받은 것이 아니다. 문화는 개방돼야 한다. 고인 물이 썩는 이치와 같다. 여러 사람이 즐기도록 봉사, 확산시키려는 노력이 필수이며, 지역민은 즐기는 문화활동을 통해 대동단결 화합하는 것이다. 이때 지역발전의 단초가 비로소 열린다.
넷째, 즐기는 주민축제를 관이나 정치세력은 정치적으로 오용을 하지 않아야 한다. 세속화된 정치에서 승리는 ‘세몰이’라고 평한다. 따라서 사람이 모이는 축제는 정치인의 표적이 된다. 행사장은 축사, 환영사 등으로 얼룩지고, 주민들의 빈축이 이어진다. 이런 유세장화를 목적으로 하는 주민축제는 곧 단절이다. 경험에 비추어 보면 정치적 중립은 필수다.
지방자치는 원론적으로 일정한 지역의 목표와 방향을 주민 스스로가 결정하고 스스로 실천해 나가는 제도이다.
지방자치제하에서 지역발전의 성패는 주민들이 주체의식을 가지고 지역의 자산을 어떻게 가꾸느냐에 달려 있다. 우수영뿐만 아니라 해남군 각 마을마다 특색을 살려 보다 윤택해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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