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 성 일(전남도의회 농림해양수산위 부위원장)

우리사회의 부정청탁과 금품수수 행위를 근절하고 공직을 이용한 부정한 사익추구 행위를 처벌하는 기본 법령인「형법」과「부패방지 및 국민 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등이 한계가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우여곡절 끝에 제정된「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일명 김영란법이 오는 9월28일부터 시행된다.
일부에서는 만연한 부정부패(不正腐敗)를 줄이고 부정의(不正義)를 강력한 제도적 장치로 제어해 신뢰성을 회복한다면 경제 활성화에 긍정적인 효과를 미칠 것이라는 전망도 있고 기대도 걸어보지만, 우리나라 농수산업을 주도하는 전남도에서는 김영란법이 가지는 위력 때문에 농수축산업이 더욱 벼랑으로 몰릴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최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김영란법 시행 시 농어업생산액이 7500억~ 9600억원 정도 감소되고, 특히 농수축산물 선물 수요는 1조3000억원, 외식업 매출은 4조2000억원 줄어들 것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했다. 국내산 농수축산물 생산과 소비가 위축되고 저가의 수입 농수축산물 소비는 증가해 국내 농수축산업의 기반이 송두리째 흔들릴 소지가 있다는 말이다.
사과, 배, 굴비 등 주요 농수산물의 경우 한 해 소비량 중 명절에 50% 이상 팔리고 추석, 설 선물세트 가격이 5만원 이상인 것이 과일은 50% 이상, 한우는 98% 이상이라는 것을 고려할 때, 선물의 가액을 5만원으로 정한 김영란법은 농수축산물의 유통·소비실태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명절 수요를 사실상 사라지게 할 수 있다는 지적에 귀 기울여야 한다.
실제로 추석을 앞두고 영광의 굴비업체는 주문량이 예년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드는 등 직격탄을 맞고 있다는 언론보도가 있다. 어족자원 고갈로 최근 2, 3년 사이 참조기 가격이 폭등해 굴비가격 인상이 불가피한 실정이지만, 김영란법으로 인해 5만원 이상의 경우 선물용으로 판매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어 소포장을 검토하는 등 이중고를 겪고 있다는 것이다. 김영란법은 투명하고 깨끗하고 공정한 조직문화 조성과 건강한 사회를 지향하고 있으나, 농수축산업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사안인 만큼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절묘한 해법이 있어야 한다. 그 하나는 조속히 법령을 개정해 농수축산물은 선물의 범위에서 제외하거나 가액을 상향해야 한다. 그래야 백척간두(百尺竿頭)에 선 우리의 농수축산업을 지키면서 식량안보와 국민건강을 책임지고 있는 농어업인의 시름을 덜고 균형발전과 상생을 도모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전남도에서 전남의 친환경안전농수축산물 홍보·판매를 위해 지금까지와는 차별화된 다양한 판촉활동을 전개하는 한편, 계층별 수요와 트렌드에 적합한 새로운 상품을 개발하고 공급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나가야 김영란법의 파고를 지혜롭게 넘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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