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 연 호(해남군행정동우회 회장)

우리는 지금 자기의 생각과 주장을 말할 수 있는 민주국가에서 살고 있다. 일천하지만 삼권이 분립되고 언론자유가 보장되고 있으며 지방자치도 자리 잡아가고 있다. 그런데 사회의 진화일까. 학자들은 현대사회를 갈등과 다양성의 사회로 규정한다. 모든 게 열려 있다 보니 다양한 사고와 주의주장이 봇물을 이룬다.
익히 아는 얘기지만 자유에는 책임이 있고 의무가 따른다. 자유가 곧 방임은 아니라는 뜻이다. 절제 없는 자유는 자칫 개인주의와 이기주의로 흐르고 지나친 개인주의는 다시 분열과 갈등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 오늘날 후진적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이기도 하다. 이를 반영하듯 소통을 바탕으로 한 국민통합은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념간, 지역간, 계층간, 세대간 갈등이 그렇고, 특히 밤낮없이 싸우기만 하는 정치권도 문제이다. 실제로 국가안보가 걸린 사드배치 문제서부터 각료인사 문제까지 도대체 어디에서도 앞선 정치력과 소통력은 보이지 않는다. 
한마디로 정치는 없고 정쟁만 있을 뿐이다. 모두가 내 탓은 없고 네 탓만 외쳐대고 있다.
상탁하부정(上濁下不淨) 이라 했다. 맞는 비유일지 몰라도 윗물이 이러한데 아랫물이 온전하겠는가. 우리 해남 또한 예외는 아닐 것이다. 
구존동이(求同存異). 춘추전국시대 중원을 통일한 주나라 무왕이 강태공과의 대화에서 한 말이라지만 지금 우리 사회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하겠다. 서로 다른 점을 인정하고 같은 것을 찾으라는 말일진대 관점을 넘어 가치관까지 나뉘는 이 시대에 더없이 소중한 금언이다.
왜 소통이고 통합인가.
때론 웅장하고 때론 섬세한 오케스트라의 공연을 생각해보자. 거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고른 화음이다. 수 십 명이 만들어 내는 아름다운 하모니에서 악기 하나의 다른 소리는 그 화음 전체를 망치게 한다. 물론 오케스트라의 불협화음이 복잡다단한 현재 우리사회 모습의 모두는 아닐지라도 이 또한 많은 것을 시사한다고 하겠다. 때문에 통합과 소통이야말로 오늘날 우리 사회의 오케스트라이고 고른 화음이다.
한편으로, 굳이 불통과 독주의 결과라고까지 말할 순 없을지 몰라도 군수 구속 사태로까지 치달은 작금의 우리지역 문제의 경우도 작게는 그런 데에서부터 기인됐을 수도 있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따라서 앞으로, 지역의 모든 정치와 행정의 지도자들은 우선, 먼저 상대를 인정하고 어우르는 상생문화 형성에 앞장서줄 것을 강력히 주문하면서 우리 주민들도 두 눈 부릅뜨고 이를 지켜보겠다는 다짐 말씀도 전한다.
오월동주(吳越同舟)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나아가 적과의 동침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결국, 그런 길이 아니면 지역은 또다시 갈등과 분열, 그리고 정체의 늪을 헤맬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조그마한 한 지역에 살고 있고 같은 동네에 살고 있다. 그리고 모두가 선후배이고 형이고 동생들이다. 생각만 바뀐다면 못할 것이 없다.
해남은 변해야 한다.
필자도 참여하고 있지만 최근 지역에는 주요 사회단체를 중심으로 가칭 ‘해남자치발전회의체’ 결성이 논의되고 있다. 지역사회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모든 종교 시민 사회단체와 뜻있는 내외 군민들이 힘을 합해 해남을 변화시켜 보자는 취지이다. 아마도 그동안 지역에서 없었던 일이고 다른 지역에도 없어 보인다.
외부에 의존하지 않는 자주자립과 정치적 중립을 추구하고 지역의 정체성 회복과 깨끗한 해남 만들기에 앞서며, 특히 잘못하는 정치나 행정에는 주민의 이름으로 적극 참여하겠다는 각오를 세우고 있다. 물론 여기에서도 철저하게 지역사회의 통합과 소통 속에서 해남의 미래를 찾아 나선다는 것이 기본 취지이다.
해남에는 줄잡아 90여 개의 사회단체가 있다. 각급 종교, 시민, 사회단체들로 분류되고, 거의가 봉사 단체지만 단체원들만 수만 명에 이르는 큰 조직이다. 따라서 이 연합단체의 결성이 이뤄진다면 막강한 제3의 군민 세력층이 형성된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문제는 여기에도 있다.
시기적으로 오해를 받을 수 있는 시점인데다, 그동안 지역사회에서 없었던 일이고 일부 단체는 자기노선이나 방향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큰 틀에서 보면 조그마한 지역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는 만큼 지역발전에 힘을 보태는 일에는 너와 내가 따로 일 수 없다는 대의명분과 앞에서 말했듯 정치적이거나 이해 충돌사안에서는 철저히 중립을 표방하고 있는 만큼, 이 부분을 미리 예단하거나 의심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
부연하면, 각론에서는 각기 자기 길을 찾겠지만 총론에서는 얼마든지 함께할 수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 또 그래야지만 함께 살고 있는 지역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고 본다. 다시 말하지만 여기에 진보와 보수가 따로 일수 없고 노장청이라고 다를 수 없지 않은가.
“백지장도 만들면 낫다”고 한다
결국 한두 사람, 한두 단체만으로는 오랜 타성에 젖어 있는 지역의 변화를 이끌 수 없다. 가급적 모든 단체와 뜻 있는 군민들이 함께할 때에만 그 뜻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지역은 변해야 한다. 해남은 변해야 산다.          

저작권자 © 해남우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