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 재 희(북멘토)


#1 이건 뭐지?
필자는 매일 일어날 때마다 ‘오늘은 뭔가 특별한 일이 생겼으면’이라는 막연한 생각을 한다. 혹자에 의하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이 좋은 것’이라지만, 필자는 매일매일 특별하고 가슴 떨리는 일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산다.
그런데 요즘은 필자도 두렵다. 매일매일 더 새로운 메가톤급 폭탄이 터지고 있다. 이제 우병우나 검찰, 경찰이 하는 짓들은 더 이상 자극적이지도 특별하지도 않게 돼버렸다. 바로 대통령과 대통령으로부터 업무를 외주화(아웃소싱) 받은 최순실이 등장함으로써. “뭐지? 여긴 어디지? 누가 대통령이었지? 나는 도대체 어떤 나라에 살고 있지?…” 등 필자의 의문은 최순실의 등장으로 일거에 해소됐으며 카타르시스마저 느끼게 해줬다. 거의 모든 의문이 실타래처럼 풀렸으니 말이다.
#2 신탁(信託)
얼마 전 대통령을 역임한 한 사람은 “사람의 머리는 빌려도, 건강은 못 빌린다”고 했다. 그가 재임기간 누구의 머리를 빌렸는지 모르지만 그렇게 좋은 머리를 빌린 것 같지는 않다. 별반 나아진 게 없었으니까. 그러나 지금 생각해보면 그래도 머리를 빌린 그 대통령이 지금의 대통령보다는 훨씬 나았다. 빌린 머리가 최순실보다는 좋았으며, 여러 사람의 머리를 빌릴 줄 알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의 대통령은 텅 빈 머리에 물욕으로만 가득 찬 머리를 빌려버렸다. 머리만 빌린 것이 아니라 대통령의 영혼까지도 신탁해 버렸다. 그것도 영생교 교주님의 딸에게.
#3 대통령업무의 외주화–신자유주의의 완결판
신자유주의의 특징은 해고의 유연화와 민영화 및 비용절감을 위한 업무의 외주화(아웃소싱) 등을 들 수 있다. 그래서 신자유주의의 신봉자들인 이 정권은 공공기관의 성과급제를 도입하고, 국가기간산업인 철도를 민영화하려고 애를 쓴다. 마치 이 땅에서 신자유주의가 완성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사람들처럼. 하나님의 나라가 선포되고 그 안에서 영생을 누리기를 간절히 바라는 사람들처럼. 그런데 그들이 왜 그렇게 민영화, 외주화를 주장했는지, 아둔한 필자는 인제 와서야 명백하게 알 것 같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 신자유주의는 이미 우리나라에서 화려하게 만개하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신자유주의가 완성된 모습을 이 땅에서 이 시간에 목도하는 행운(?)을 누리고 있다. “자본주의님이 보시기에 좋았더라!!!”
우리나라 대통령의 권한이 막강한 것은 당연히 직선에 의해 정당성을 가졌기 때문이다. 5년 동안 우리나라와 우리를 잘 이끌어달라는 염원으로 대선에 표를 던진다. 그래서 대통령은 대외 및 대내적으로 가장 막강한 권한을 가진다. 그 무거움과 막중한 책임감으로 대통령은 참 어려운 자리다. 대통령은 갑자기 그 일이 무서워졌다. 그런데 우리의 대통령은 어디에선가 주워들은 “업무의 외주화(즉 아웃소싱)”를 탁월한 신기(神氣)로 생각해 냈는지, 아니면 그리스시대처럼 신전에서 신탁(信託)을 받았는지 확인할 경위는 없으나, 대통령의 ‘모든’ 막중한 임무를 최순실에게 맡겨 버린 것이다. 그 후 대통령은 편해졌다. 대통령이 결정하고 책임져야 하는 업무를 최순실에게 주고 나니, 이제 남는 것은 최순실의 대변인 노릇과 대통령으로서의 의전을 즐기는 것만 남았다. 그래서 그렇게 패션쇼를 하며 외국을 쏘다니며 대한민국의 국격(國格)을 향상(?)시키는 일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됐다.
#4 순수한 마음(pure heart)?
대통령은 사과성명에서 “최순실에게 ‘순수한 마음’으로 도움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솔직하지 못했다. “순수한 마음, 순진한 마음(?), 아니 천박하고, 무책임하고, 무능하고, 사유하기 싫어하는 마음 아니고?”. 우리는 이로 인해 말 그대로 순수한 단어인 ‘순수’라는 단어를 함부로 쓸 수 없게 돼 버렸다. “순수한 마음으로 종이학 천 마리를 너에게 주는 거야” 이런 용법이 아니라 “순수한 마음으로 우병우의 아들을 운전병으로 뽑았다”, “순수한 마음으로 청탁을 받고 채용해 줬다”, “너를 성희 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순수한 마음으로 만지는 거야”….
#5 탄핵(彈劾) or 하야(下野)?
분명히 탄핵감이 되고도 남는다. 그러나 국회의원 2/3가 찬성을 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고, 또 현 대통령이 임명한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한 현실적으로 통과되기 어렵고. 오히려 동정을 유발하는 시간을 줄 수 가 있다. 그래서 탄핵은 답이 아니다. 오로지 퇴진이다. 스스로 항복하고 내려오게 해야 한다. 우리는 불복종을 선언해야 한다. 헨리 데이빗 소로의 ‘시민의 불복종’을 다시 읽어야 하나? 참 우리에게 공부까지도 많이 시키는 최순실이다.
#6 개헌?
국면전환용으로 개헌카드를 꺼내 든 대통령은 다행히 하루 만에 식물대통령이 돼버렸다. 참으로 다행한 일이다. 대통령 주도의 개헌이 아니라 시민사회주도의 개헌을 해볼 수 있는 무대가 마련이 될 것이다. 필자의 생각으로 이번이 개헌의 적기가 맞다. 그러나 어떠한 내용의 개헌인지가 더 중요할 것이다. 우리 헌법 공부하자. 오늘 28일 해남공공도서관으로 7시까지 오시라. 개헌론과 탄핵에 대해서 같이 공부해 보자. 공부하는 사람이, 헌법을 아는 사람이 이 시대의 진정한 민주시민이며, 다시는 이런 대통령을 맞이하는 비극을 막을 수 있다. 공부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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